[책의 향기/이 책, 이 저자]‘아이를 읽는다는 것’ 쓴 문학평론가 한미화씨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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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아이의 마음 궁금한가요? 청소년문학 40편만 읽어보세요”

어릴 적 아빠를 영웅처럼 따르던 아들이 10대가 된 후 “아빠처럼 살진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면? 한미화 씨는 아빠를 부끄러워하는 아들의 이야기를
다룬 ‘황금 열쇠의 비밀’을 읽어보라고 권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어릴 적 아빠를 영웅처럼 따르던 아들이 10대가 된 후 “아빠처럼 살진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면? 한미화 씨는 아빠를 부끄러워하는 아들의 이야기를 다룬 ‘황금 열쇠의 비밀’을 읽어보라고 권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눈에 넣어도, 아니 눈 하나도 서슴없이 빼줄 수 있는 사랑스러운 우리 아이. 출근하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눈물을 보이던 그 아이…. 퇴근하면 좋아서 폴짝 뛰던 내 아이는, 하지만 10대가 되면서 방문을 걸어 잠그기 시작한다. 부모가 외출해야 활짝 웃는 아이를 보면 서운하기 그지없다. 부모도 사람이다. 상처를 받는다. 감정이 상하면서 입은 조개처럼 다물어진다.

최근 출간된 ‘아이를 읽는다는 것’을 보면서 이 책이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의 고민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학평론가인 저자 한미화 씨는 10대 아이들의 속마음을 가장 잘 그려낸 40편의 청소년문학을 통해 자녀와 소통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한 씨를 19일 만났다.

“고등학생 아들이 있어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사춘기가 오더군요. 아침마다 헤어스타일이 마음에 들어야 등교하고 레이디 가가와 관련된 헤드폰, 옷 등 모든 상품을 사서 모으고…. ‘공부하라’고 타이르는 저와 갈등이 생긴 후 사춘기 아이의 마음을 알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죠.”

한 씨가 선택한 돌파구는 청소년문학이었다.

“청소년문학을 되새기는 과정에서 제 사춘기가 생각났어요. 외모가 정돈되지 않으면 콩나물 사러 가는 것도 거부하고 영어 단어장에 빌보드 차트 100위까지 적어 외우던 그 시절요. 아들보다 더 심했는데, 까맣게 잊고 있었지 뭐예요. 청소년문학을 보면 어린 시절의 내가 걸어나와 지금 내 아이의 손을 잡습니다. 아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저자의 말을 곱씹으며 책을 쭉 읽어봤다. 작은 가슴이 고민이지만 엄마에게는 말하지 못하고 ‘가슴이 커지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10대 소녀 마거릿(‘안녕하세요, 하느님? 저 마거릿이에요’)을 보니 남보다 빨리 난 다리털로 고민하던 중2 때가 생각났다. ‘어쩌다 중학생 같은 걸 하고 있을까’(쿠로노 신이치)의 주인공 스미레가 ‘국어 성적이 올랐으니 수학 성적을 올려라’라는 아빠의 격려를 비웃는 순간 부모님 잔소리에 느꼈던 감정이 떠올랐다.

저자는 내 아이가 ‘왕따’를 당하는지가 걱정되는 부모에게 ‘내 친구가 마녀래요’(E L 코닉스버그)를 권한다. 아이가 혼자인 것을 알면 엄마들은 좋은 친구, 즉 공부 잘하는 모범생 친구를 만들어주고 싶어 한다. 하지만 ‘내 친구…’를 보면 주인공 엘리자베스는 어른 눈에 번듯한 친구보다는 스스로를 ‘마녀’라고 생각하는 흑인 소녀 제니퍼에게서 우정을 배운다. 자녀에게 필요한 보석 같은 친구는 따로 있다는 것.

이 청소년문학들을 자녀와 함께 읽는 것도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부모가 먼저 읽고 에피소드를 이야기해주면 자녀도 호기심에 그 책을 읽게 돼요. 책을 소재로 아이와 대화를 나눠보세요. 저 역시 한 소년이 아버지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다룬 ‘나는 치즈다’(로버트 코마이어)를 아들과 읽은 후 대화를 나누니 아들이 끝끝내 숨겼던 속마음까지 털어놓더라고요.”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아이를 읽는다는 것#한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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