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도시 이야기’ 29일 공연 시작 직전 돌연 취소… 뮤지컬계 시한폭탄 터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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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 1분 전, 오늘 공연이 취소랍니다. 다들 멘붕.’(관객 블로그)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가 공연 직전 갑자기 취소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29일 오후 8시 ‘두 도시 이야기’ 공연을 시작할 무렵 제작사 비오엠코리아의 최용석 대표가 무대에 올랐다.
최 대표는 “오늘 공연은 취소됐다. 환불해 주겠다”며 큰절을 하고 사라졌다.
관객들은 황당해했고 공연장 로비는 환불을 받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혼잡을 빚었다.
관객들은 자신의 블로그에 ‘왜 취소를 하는지 설명도 해주지 않아 황당했다’ ‘얼마나 기다린 공연인데, 너무 속상하다’는 글을 잇달아 올렸다. 》      
       

찰스 디킨스의 동명 소설을 무대에 올린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는 29일 공연 시작 직전 취소돼 물의를 빚고있다. 비오엠코리아 제공
찰스 디킨스의 동명 소설을 무대에 올린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는 29일 공연 시작 직전 취소돼 물의를 빚고있다. 비오엠코리아 제공
이날 공연에는 한지상 박성환 최현주 이혜경 등이 출연할 예정이었다. 비오엠코리아는 30일 회사 홈페이지에 공연 취소에 대한 사과 글을 올렸다. 회사 관계자는 “제작사의 사정으로 공연이 취소됐다.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취소된 이유를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뮤지컬업계는 배우와 스태프 등의 출연료 미지급을 둘러싸고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벌어진 일로 보고 있다. 한 뮤지컬 프로듀서는 “비오엠코리아와 배우, 스태프들은 출연료 미지급으로 인해 심각한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음 달 3일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있는 배우와 스태프는 특정 시한까지 출연료 지급을 요구했지만 자금난에 시달리던 제작사가 이를 지급하지 못하면서 공연 취소라는 파국으로 치달았다는 것. 최 대표가 29일 공연 취소를 공지하며 “공연 전까지 처리하려고 했지만 안 됐다. 이른 시일 내에 처리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28일 주연 배우 중 한 명인 이건명은 자신의 트위터에 ‘유종의 미, 마지막이 아니었기를’이라는 글을 남겼다. 같은 작품에 출연 중인 배우 소냐는 ‘분명 마지막이 아니었을 거야’라는 답글을 달았다. 이 씨는 27일 두 차례 공연을 했다. 두 배우의 글은 제작사와의 갈등으로 공연이 중단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내용이다. 30일 오후 3시, 8시 공연은 각각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중견 제작사인 비오엠코리아는 2012, 2013년 연달아 ‘두 도시 이야기’를 공연했지만 수익을 내지 못했다. 영화 ‘친구’를 지난해 뮤지컬로 만들어 공연했지만 흥행에 실패해 경영난이 가중됐다.

뮤지컬업계에서는 제작사들의 경영 상태가 악화되면서 각종 문제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 제작사 대표는 “개런티 미지급으로 공연이 중단되는 것은 초유의 일이다. 다음에는 또 어느 제작사에서 문제가 터질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작사 대표는 “관객을 볼모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일차적인 책임은 제작사에 있지만 공연을 거부한 배우와 스태프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공연계에 대한 신뢰에 큰 타격을 줬다. 더 걱정스러운 건 이런 일이 또 벌어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두 도시 이야기#공연 취소#출연료 미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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