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장동식]창의적 산학협력이 4차 혁명의 관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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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식 고려대 산업경영공학부 교수
장동식 고려대 산업경영공학부 교수
디지털 플랫폼 사업 정도로 이해해왔던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선점 사업이 어느덧 인공지능(AI) 분야의 산업화인 알파고, 지능로봇, 무인자동차, 핀테크, IBM 왓슨 등으로 구현되어 나타났다. 인공지능이라는 용어가 쓰인 지 불과 반세기밖에 되지 않았기에 그 발전 속도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30년 전 필자가 컴퓨터 시각시스템으로 물체를 인식하는 시스템 구축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을 때만 해도 인공지능이 이렇게 모든 산업분야에서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이러한 놀라운 변화, 즉 기계의 지능화가 4차 산업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컴퓨터의 출현과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이 오늘날 인공지능의 발전과 4차 산업혁명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다. 이 같은 변화와 발전을 통해 세상의 모든 지식이 공유되었고 과학기술은 더욱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은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다른 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기계가 바둑 고수를 능가하고 전문의 수준으로 암을 진단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자연어를 인간보다 빠르게 처리하고 추론하는 시스템들이 현실에 적용되고 있다. 수백 년 동안 발전해온 자동차산업에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되면서 다른 차원의 동력이나 제어 시스템이 만들어져 무인화되고 있으며 드론 같은 이동수단도 출현했다. 새롭게 등장한 이 같은 현실은 모두 우리 산업계에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혁신적인 산업의 변화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가. 여러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미래의 산업을 이끌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선 대학의 역할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기존의 학과 또는 단과대학 차원의 벽에서 과감히 탈피하여 개방된 학제 시스템이나 교육과정을 재구성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실질적인 산학협동이 필수적이다. 창의교육을 위해 기업과 소통하고 융합하는 광장 문화와 생태계의 조성이 선행되어야 하며 그 토대 위에 산학협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산업체에서의 경험과 요구사항들을 대학의 학제 시스템이나 교과과정에 실질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들이 기업을 먼저 체험해보고 어떤 교과목을 왜 듣게 되는지를 알고 배울 때 바로 살아있는 교육이 된다. 수직적이며 경직된 대기업 구조에서는 산학협동의 접점을 찾기가 현실적으로 용이하지 않다. 이와 달리 전문성을 갖춘 열린 조직의 중소기업이나 신생 벤처기업이 산학협동에 더 효과적인 구조다.

우리 산업의 미래가 그리 밝지 않다는 위기감은 역설적으로 소통하고 합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산업체와 대학은 서로의 벽을 넘어 새로운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토론하며 공동의 미래 전략을 다듬어 가는 디지털 아고라 문화를 우선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기초 위에서 기업과 대학이 산학 프로그램들을 공동으로 운영해 가도록 정부의 관심과 제도적 지원이 절실한 시기다. 기업과 대학이 서로 소통하고 협력한다면 우리의 미래 먹거리 산업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것이며 또한 이것이 작은 기업들의 중흥으로 이어져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매우 효과적일 것이다.

정부는 과거 대기업 중심의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접근한 산업정책에서 탈피해야 한다. 새로운 산업혁명에 대응할 벤처기업이나 작지만 강한 중소기업을 많이 육성해야 한다. 대학과 기업의 실질적 협력을 위한 정책지원이 바로 4차 산업혁명을 올바른 방향으로 선도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장동식 고려대 산업경영공학부 교수
#창의적 산학협력#4차 산업혁명#산학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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