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최공필]인터넷은행 규제 틀 바꿔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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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미래금융연구센터장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미래금융연구센터장
최근 출범한 케이뱅크나 카카오뱅크는 금융권에 신선한 자극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휴대전화만으로 손쉽게 언제 어디서나 금융 서비스를 향유할 수 있다는 점은 모두가 오래전부터 기대해 온 변화다. 물론 새로운 참여자들이 당장 선보이는 서비스의 범위나 종류는 제한적이다. 아직은 파악되지 않은 위험 요소가 많아 데이터 활용이나 소유지배구조 측면에서 기존 규제 체계가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부분들이 점차 풀려갈 경우 새로운 주자들이 제대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력은 급속도로 커지게 된다.

인터넷전문은행은 과도할 정도로 촘촘한 규제에 놓인 금융 서비스의 핵심 영역의 와해를 촉발할 것이다. 우선 은행 접근이 어려웠던 계층들의 금융 접근성이 크게 제고될 수 있다. 또한 보다 좋은 조건의 대출이 가능해지고 송금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는 기회도 생겼다. 향후 전례 없는 새로운 금융상품이 개발될 것이며, 자산 운용도 크게 선진화될 것이다. 또한 향후 지배구조 관련 제약요인인 은산분리라든지 개인정보 및 예금 보호 등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완화된다면 기존 회사들이 선보이지 못했던 차별화된 서비스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한 차원 높은 편리함과 서비스를 원한다면 새로운 참여자들의 더 큰 역할을 차단할 이유는 없다. 규제산업인 금융 영역에서 새로운 참여자의 성패 여부는 전적으로 기존 규제 체계가 금융 안정이라는 틀 안에서 얼마나 다양한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규제 체계가 전통적인 형태로 남아 있게 되면 핀테크로 무장한 새로운 주자들은 주변적 서비스 향상 도구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반면에 보다 수용적인 규제 안에서는 다양한 참여방식으로 당사자들 간의 직거래까지 가능해진다. 결국 미래 금융 생태계의 모습은 전통적인 검증방식과 새로운 인프라의 조화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달려 있다.

당장의 과제는 새로운 비금융 주력자들에게 정당한 활동공간을 마련해 주면서 그들 스스로 시장 신뢰를 구축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때 각종 보안 문제나 소비자 보호 관련 위험 요소에 대해 안전장치를 구비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미 진행 중인 작금의 변화는 시장 자체의 모습과 참여자들의 역할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전통적인 칸막이식 규제가 아니라 점차로 시장 자체의 모니터링과 이해관계자들의 자발적 인센티브를 통해 시장 규율이 작동하는 구조이다. 실제 선진국들은 생태계 조성 차원에서 샌드박스(sandbox)와 같이 새로운 규제의 틀을 구축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금융 안정과 소비자 보호를 위한 개방형 시장 친화적 규제 체계는 그 자체가 금융산업의 핵심적 경쟁력으로 부각될 것이다. 기술 변화와 더불어 이를 수용할 수 있는 미래 지향형 감독 및 규제 역량은 앞으로 금융의 변화를 주도하는 양대 축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인터넷전문은행, 즉 궁극적인 모바일은행은 단순히 기술적 측면만 부각되어서는 안 된다. 편리성과 접근성의 이면에서 지배소유구조와 연관된 각종 비리 위험, 개인정보의 노출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다만 금융 서비스의 생산과 전달, 그리고 소비 과정 전반에 있어 본질적 변화가 긍정적 효과로 이어지려면 기존 규제의 우려 시각을 다른 방식으로 녹여내야 한다. 그간 폐쇄적으로 운영되어 온 우리 금융산업도 점차 시장과 고객 중심의 자기혁신과 끊임없는 변화만이 생존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생존의 핵심은 바로 주변과의 다양한 연관, 글로벌 차원의 개방, 그리고 진정한 협업의 가치 창출 방식이다. 이것이 초연결 사회가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하는 시장 메시지이다.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미래금융연구센터장
#케이뱅크#카카오뱅크#모바일은행#개인정보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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