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최동호]이념보다 인권이 먼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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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호 시인·경남대 석좌교수
최동호 시인·경남대 석좌교수
1일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서 열린 ‘탈북문학 세미나와 남북 문인 시낭송회’에서 문학평론가 방민호 서울대 교수가 ‘문학인 북한인권선언’ 초안을 발표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행사였다. 방 교수는 선언에서 “지금 우리 문학인들이 해야 할 일은 당장 저 체제(북한)의 얼굴에 침을 뱉는 것이다. 지금 이곳에서 누리고 있는 인간으로서의 모든 권리를 북녘의 동포들이 똑같이 누리게 되는 그날까지 우리 문학인들은 양심과 양식을 걸고 말하고 써나가야 한다”고 했다.

국내 문단에서 북한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선언을 발표한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이번 선언은 간과할 수 없는 역사적 사건이다. 그동안 우리가 외면해 온 북한의 인권 문제는 이제 어느 누구에게도 비밀이 아니다. 최근 영국의 BBC나 미국의 CNN 등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려진 탈북시인 장진성의 수기 ‘경애하는 지도자에게(Dear Leader)’나 ‘내 딸을 백 원에 팝니다’라는 시집은 북한의 인권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 이후 통일 대박론이 전면에 대두되었지만 과연 통일을 위한 준비가 얼마나 구체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미지수이다. 정치적 경제적 득실을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화적 인간적 동질성에 대한 이해와 소통이 없다면 통일은 또 다른 분쟁의 시작일 수도 있다. 1948년 분단 이후 66년 세월 동안 남과 북은 고도의 긴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문화적 인간적 동질성의 회복이다. 민족 통일이라는 대명제가 현실에 놓여 있음에도 한국문학은 뚜렷한 지향점을 상실하고 진보와 보수라는 낡은 구분 틀 아래 자신들의 진영 논리에 구속되어 있다. 19세에 월남하여 팔순이 넘도록 분단문학에 전념해 온 노작가 이호철은 “무엇보다 탈북문학과 북한의 인권 문제가 시급한 과제인데 어느 누구도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오늘의 한국문학은 시대적 민족적 과제이자 역사의 필연적 방향에 대한 거대담론이 펼쳐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미세담론 주변을 맴돌고 있다. 왜 위대한 문학이 없느냐고 묻는다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문제에 천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하고 싶다.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이야말로 인간의 본질에 대한 문제인 까닭에 이는 인류의 보편적인 관심을 드러내는 중요한 원천을 제공해 줄 것이다.

현재 남한 내 탈북자는 2만7000명으로 추산되며 이 중 문인은 40명 정도라고 한다. 이들과 함께하는 세미나와 남북 문인 시낭독회는 북한 주민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해 정서적 거리를 좁히고 결국 하나로 만드는 통일문학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런 행동들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지난 60여 년간 축적된 한국의 분단문학을 월남한 작가들에 의한 월남문학이라 지칭한다면 이제 나아가야 할 방향은 통일문학이라 명명할 수 있다. 이 과도기적 과정의 출발점에 탈북문학을 설정하고 이를 문학사적 시각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통일은 장밋빛 환상만이 아니라 돌파해야 할 역경과 시련의 상징이기도 하다. 우리 시대에 이루어야 할 통일은 향후 천 년 역사의 미래를 좌우한다고 할 만큼 동북아시아의 역사적 대전환을 뜻한다. 분명 커다란 갈등과 고통이 내포되어 있다 하더라도 기필코 성취해야 할 평화통일의 과정에서 핵보다 더 근원적이고 보편적인 문제가 인권 문제이다.

‘남북 문인 시낭독회’에서 탈북 문인들이 낭송한 처절하고도 극한적인 체험의 시편들은 청중에게 깊은 감명과 연민을 불러일으켰다. 북한 인권에 대한 침묵을 멈추고 새로운 눈으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인권선언의 초안을 다듬고 사회적 중지를 모아 국가적 방향을 정해야 할 때이다.

최동호 시인·경남대 석좌교수
#북한인권#드레스덴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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