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기환]어디 사느냐에 따라 生死 갈려서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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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환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전 소방방재청장
이기환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전 소방방재청장
이달 10일 국무회의에서는 소방방재청, 해양경찰청의 폐지와 국가안전처, 인사혁신처, 사회부총리직의 신설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 개정안 심의가 이루어졌다. 향후 어떻게 변화와 개혁이 전개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개정안은 실질적인 재난 컨트롤타워를 구성한다는 대통령의 의지와는 달리 국민안전과 소방조직에 있어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는 게 소방인 모두의 지배적 의견이다.

개정안은 결코 재난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제가 아니다. 재난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우선적으로 재난 대응의 최일선 담당자들 즉, 소방공무원의 신분이 현재 지방직에서 국가직으로 일원화되어야 한다.

소방은 현재 ‘소방공무원법’이라는 단일법을 적용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신분이 이원화되어 있고(전국 소방공무원 3만9519명 중 지방직 3만9197명, 국가직 322명), 조직 또한 중앙과 지방으로 나뉘어 있다. 이러한 체제는 재난 발생 시 국가직인 소방방재청장과 시도 지사의 지시가 상충될 경우 혼선이 초래되고 일선 지휘관인 소방서장의 일사불란한 지휘권 확보가 곤란할 수 있다.

지휘권자는 재난현장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지금 이 사고가 더 큰 사고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가, 현 상태에서 작업이 가능한가, 안전 확보는 어느 선까지 할 것인가 등을 최우선으로 판단한다. 더불어 소방대원은 소방활동 제1원칙인 ‘인명구조 우선 원칙’에 입각하여 인명을 구출하고, 이송하고, 안전하게 조치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일사불란한 지휘체계가 확고해야 한다.

세월호 침몰 시 나타난 해경의 구조 대응 능력에 대한 문제는 지휘체계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는 것이고, 소방·군·경·민간단체 등의 유기적인 공조체제가 사고 발생 초기에 조직적이고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재난관리체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명령 지휘체계 및 대응체계를 단순화시키는 것이다.

소방공무원 신분 이원화에 따른 또 다른 심각한 문제는 시도별 재정 여건에 따라 소방서비스 품질에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국민 생명과 안전 문제는 결코 지역 간 차별화가 있어서는 안 된다. 모든 대한민국 국민은 공평한 소방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 이 명확한 논리에도 불구하고 재정 담당 부처(기획재정부)나 조직 담당 부처(안전행정부)는 소방공무원 국가직 단일화가 지방자치에 역행하며 대형재난의 효과적 대응, 지자체 간 소방 서비스 격차는 운영상의 문제라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시도 간 재정격차가 심각한 탓에 재정이 열악한 시도는 소방관들이 20년이 다 되어가는 노후 소방차를 타고 현장에 나가고 방화 장갑 등 개인 장비가 부족해 사비를 들여서라도 장갑을 사야 하는 실정이다. 또 각 지자체가 소방 분야에 소극적으로 재정지원을 하다보니 소방인력 부족은 10년 이상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소방관 1인이 맡는 인구수가 1320명으로 일본(799명)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어디 사느냐에 따라 생사가 갈린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재난안전시스템을 전면 재검토하는 마당에 ‘소방은 지자체 업무’라는 주장만 되풀이하지 말고 과연 국민 안전을 위해 무엇이 최선인지 깊은 고뇌와 함께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사회 변화 속도에 비례하여 각종 불규칙 재난과 재해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선 소방공무원의 국가직으로의 단일화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기환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전 소방방재청장
#국무회의#소방공무원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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