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로켓 준비 행각… 도발 국가에 ‘평화적 우주기술’은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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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가동 상태로 복구된 북한 동창리 미사일발사장에서 로켓 발사 또는 엔진 시험 준비 작업으로 보이는 움직임이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최신 위성사진 분석 결과 포착됐다.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이 뭘 하는지 정확히 보고 있다. 눈도 깜박이지 않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미사일 발사 준비 가능성 등 모든 동향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고 했고, 여당 원내대표도 “매우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의 수상쩍은 동향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노리는지는 분명치 않으나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불만을 노출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한미 정부는 이것이 일시적 불만 표시나 협상력 강화를 위한 능력 과시로 끝나지 않고 실제 도발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북한에 실망감을 표시하고 있다. 그가 동창리 복구를 ‘가짜뉴스’라고 무시하지 않는다는 점에도 미 언론은 주목하고 있다.

북한은 과거에도 협상이 결렬되거나 자기 뜻대로 안 되면 각종 무력시위와 군사도발로 긴장을 고조시키는 벼랑 끝 전술에 의지하곤 했다. 대외적으로 북핵 위협의 심각성을 환기시켜 대북정책 기조를 바꾸려는 의도였고, 과거 몇 차례 이런 관심 끌기용 분탕질이 먹힌 적도 있었다. 이번 미사일 동향도 핵시설은 물론 핵무기와 핵물질, 생화학무기까지 완전 폐기를 못 박으려는 미국의 ‘빅딜’ 요구에 반발하는 전형적인 북한식 대응이다.

북한이 동창리에서 로켓 발사든, 엔진 시험이든 행동에 들어가게 되면 그것은 군사용 미사일이 아닌 평화적 인공위성이라고 억지를 부릴 가능성이 높다. 대외적으로 위성 발사 계획을 공표하고 김일성 생일(4월 15일)까지 서서히 위협의 강도를 높이는 장기 심리전을 벌일 수도 있다. 북한은 2012년 핵·미사일 시험 중단과 식량 무상지원을 교환하는 2·29 합의에 서명하고도 “평화적 위성 발사는 별개”라며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한 적도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단 한 차례도 위성 발사라는 북한의 억지주장을 인정해준 적이 없다.

북한에 평화적 핵기술이나 평화적 우주기술은 있을 수 없다. 원자력발전과 우주발사체에 이용하는 핵·로켓 기술은 국제규범에 충실한 정상국가에나 허용된 것이지, 북한처럼 도발을 일삼는 불량·범죄국가엔 결코 허용되지 않는다. 트럼프 행정부가 위협과 도발 이후 협상이 이뤄지고 또 다른 도발이 이어지는 북핵 악순환을 더는 용인하지도 않을 것이다. 북한은 그간의 대화 국면을 파국으로 몰고 갈 자해적 충동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동창리 미사일발사장#북한 비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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