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정은이 꿈꾸는 北 미래, 완전한 비핵화 없인 신기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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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3일 전용 열차를 타고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될 베트남 하노이로 출발했다. 북한은 지난해 싱가포르 1차 회담 때와 달리 김정은의 출발 사진까지 공개하면서 회담 분위기를 띄웠다. 중국을 종단하는 김정은의 이동 경로는 61년 전 할아버지 김일성의 베트남 방문 경로와 흡사하다. 2차 회담을 앞두고 배후에 중국의 후원이 있음을 강조하면서 ‘김일성 후광’ 효과를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김정은이 중국 종단 열차행을 선택한 배경을 놓고 갖가지 관측이 나온다. 전용기인 ‘참매 1호’는 낡아서 안전을 장담하기 어려워 박격포까지 설치된 특별열차의 경호상 이점을 고려했을 것이다. 열차로 이동할 경우 중국 남부의 경제특구를 방문할 가능성도 있다. 김정은이 1992년 개혁개방을 역설한 덩샤오핑의 남순강화(南巡講話)와 같은 구상을 피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이 꿈꾸는 북한의 새로운 미래는 완전한 비핵화 없이는 신기루에 불과하다. 비핵화 없이는 대북제재 해제나 국제사회의 지원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상회담을 코앞에 둔 현재까지도 북-미는 비핵화 개념조차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봄부터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다고 말해왔지만 북측이 말하는 비핵화는 미국 전략자산의 한국 전개나 주한미군 배치까지 문제 삼는 ‘한반도 비핵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김정은의 그동안 발언이나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의 보도를 통틀어도 이미 보유한 핵탄두와 핵물질의 폐기까지 포함하는 완전한 비핵화를 언급한 적은 없다.

이번 회담 준비에 관여하는 미 고위당국자는 의제와 관련해 ‘모든 대량살상무기(WMD) 및 미사일 프로그램의 동결’을 언급하면서 비핵화 개념 조율이 실무협상의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비핵화 개념을 놓고 실무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미국은 전략자산 문제는 논의 대상이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아울러 미 당국자가 ‘핵 동결’을 언급한 것은 비핵화의 최종 목표가 흔들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핵 동결을 비핵화의 ‘입구’로 설정하고 핵 완전 폐기를 ‘출구’로 잡는 단계적 접근 방식은 가능할 수 있지만, 적어도 이번 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의 개념과 달성 시한표가 적시된 비핵화 로드맵을 작성해야 한다. 비핵화의 최종 목표가 실종된다면 이번 회담도 제대로 된 합의를 내지 못한 싱가포르 1차 회담의 데자뷔가 될 수 있다.
#비핵화#북한#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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