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무사, 촛불 무력진압 계획”… 소모적 정치논란 중단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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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과 군인권센터가 잇달아 “기무사가 박근혜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될 것에 대비해 계엄령 선포와 이에 따른 병력 및 장갑차 등의 투입으로 촛불집회 무력진압 계획을 세웠다”고 주장했다. 작년 3월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했다는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을 근거로 제시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 의원 등은 문건을 근거로 청와대에 30사단의 1개 여단·1공수여단, 헌재에 20사단의 1개 중대, 광화문에는 30사단의 2개 여단을 투입하려 실행계획을 세운 것으로 단정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신군부처럼 정부기관 장악과 언론 통제에 이르는 정교한 ‘친위 쿠데타’ 시나리오까지 마련했다는 것이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까지 당 회의에서 “12·12 군사반란과 아주 닮았다”면서 진상 규명과 기무사 전면 개혁을 촉구했다.

그러나 문건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촛불집회와 태극기 집회 참여자들이 탄핵 결정 내용에 불복해 청와대와 헌재에 화염병을 던지고 과격시위를 벌이는 상황에 대비한 것이다. 그런데도 촛불집회만 겨냥한 ‘촛불진압 실행계획’으로 몰고 가는 것은 무리다. 탱크 200대와 장갑차 550대, 무장병력 4800여 명, 특전사 병력 1400명의 동원 계획을 세웠다는 주장도 “증원 가능 부대는 20사단 30사단…”을 보고 추정한 것에 불과하다.

국방부는 탄핵안 선고를 앞두고 시위가 격렬해지자 작년 2월 장관 지시로 기무사에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군 대비안을 검토할 것을 지시했고 기무사가 이 문건을 만들었다고 한다. 국방부 검찰단에서 해당 문건의 작성 경위 및 적절성 등에 대해 조사에 착수한 만큼 조사는 철저히 하되, 불필요한 정치 논란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적폐’로 지목한 기무사의 개혁을 노리고 사실관계를 부풀리거나 왜곡하는 것은 저의를 의심받을 뿐이다.

정보기술(IT) 선진국인 대한민국에선 쿠데타가 구시대의 유물이나 다름없다. 설사 그런 기도를 하더라도 휴대전화와 인터넷으로 소통하는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군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것인지, ‘촛불 진압 후 쿠데타’ 시나리오를 만든 것인지는 조사해 보면 밝혀질 것이다. 성급하게 논란을 부추길 일이 아니다.
#기무사#촛불집회#탄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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