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대車까지 ‘탐욕 엘리엇’ 먹잇감, 경영권보호法 시급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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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23일 현대자동차그룹에 대해 “현대차와 모비스를 합병해 지주사를 세우라”고 요구했다. 또 모든 현대차 자사주 소각, 순이익의 40∼50% 배당, 외국인 사외이사 3명 추가 선임 등의 요구사항도 밝혔다. 현대차가 경쟁력 있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모비스와의 합병을 통해 지분구조를 효율적으로 간소화해야 한다는 것이 엘리엇의 주장이다.

엘리엇의 요구는 모비스를 현대차 지배회사로 만들어 순환출자 구조를 끊겠다는 현대차의 계획과는 방향이 다르다. 엘리엇이 자신들이 보유한 모비스와 현대차, 기아차 주가를 올리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현대차 주요 계열사 지분 1.5% 남짓을 가진 엘리엇이 주주총회에서 독자적으로 주장을 관철하기는 어렵다. 그런데도 요구사항을 공개한 것은 다른 주주들을 규합해 현대차 경영진을 압박하려는 수단으로 해석된다.

엘리엇은 2015년에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하며 경영권 흔들기를 시도한 적이 있다. 당시 삼성은 개인 주주를 설득하고 국민연금의 지지를 얻어 특별배당을 요구하는 엘리엇의 공격을 막아냈다. 엘리엇뿐만이 아니다. 소버린, 헤르메스 등 펀드와 기업사냥꾼 칼 아이컨 등이 SK와 삼성, KT&G 등의 경영권을 위협해 주가를 올린 뒤 차익을 실현하고 떠난 바 있다. 특히 이들은 경영권 승계 등의 이슈가 있는 기업 주식을 미리 사들이는 ‘알 박기’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기업의 미래에는 관심 없는 이들의 ‘먹튀’에 우리 기업이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은 이렇다 할 경영권보호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는 차등의결권(특정 주식에 더 많은 의결권을 주는 것)이나 포이즌 필(기존 주주들이 회사 신주를 싸게 살 수 있는 권리) 같은 경영권보호제도를 마련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방지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입법을 추진하는 상법개정안에는 이런 장치는커녕 오히려 다중대표소송제. 집중투표제 등 외부 세력이 경영권 공격을 쉽게 할 수 있는 독소조항이 포함됐다. 대주주의 전횡을 방지한다는 명분이지만 대기업 스스로 지배구조 개선에 나선 상황에서 굳이 법으로 강제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다. 안정적인 경영과 긴 안목의 투자 없이 경영권 방어에만 급급하게 되면 기업의 성장은 어렵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현대자동차그룹#모비스#순환출자 구조#삼성물산#제일모직#차등의결권#경영권보호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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