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금으로 해결한 아파트 택배 분쟁, 나쁜 선례 남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9일 00시 00분


코멘트
경기 남양주시 다산신도시 한 아파트의 ‘택배 대란’을 풀기 위해 정부 예산이 드는 ‘실버택배’를 활용하기로 한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상에 차 없는 아파트’를 내세운 이곳의 택배 분쟁은 지난달 7일 한 어린이가 택배차량에 치일 뻔한 사고가 있은 뒤 불거졌다. 입주민들이 택배차량의 단지 내 진입을 막고 택배기사에게 손수레로 배송을 요청하자 택배회사들이 물품을 단지 입구에 내려놓고 간 것이다. 중재에 나선 국토교통부는 택배회사가 단지 입구에 물품을 내려놓으면 실버택배 사업에 투입된 어르신들이 각 가정까지 배송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문제는 추가 배송비를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하고, 입주민은 내는 돈이 없다는 데 있다. 실버택배는 노인 인력을 활용해 단지 내 거점에서 각 현관문까지 택배 물품을 중개 배송하는 사업이다. 노인 일자리 창출과 택배 배송 효율화를 꾀할 수 있어 정부와 지자체가 추가 배송비의 절반을 지원하고, 나머지 절반은 택배회사가 낸다. 하지만 다산신도시의 경우 ‘차 없는 아파트’라는 입주민의 이해로 실버택배를 도입하게 됐다. 실버택배에 정부 예산을 지원하는 취지에는 맞지 않는 활용이다. 특히 공공서비스도 아닌 택배 배송에 분쟁이 생겼다고 국민 세금으로 배송비 일부를 보전해주려는 건 황당한 발상이다.

지상에 차 없는 아파트를 표방하는 신축 아파트가 늘어나는 만큼 애초부터 매번 예산을 투입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나 떼를 쓰니 세금으로 혜택을 주는 잘못된 선례를 남긴 상황에서 앞으로 다른 곳에서도 그런 논란이 생기면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주민의 필요로 실버택배 사업을 활용하는 경우라면 수익자 부담 원칙을 확고히 해야 한다.
#다산신도시#택배 대란#실버택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