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장 외면한 기재부의 ‘외눈박이’ 경제 전망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4일 00시 00분


코멘트
기획재정부가 최근 우리 경제에 대해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광공업 생산·소비·설비투자 증가세가 지속되며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어제 내놓은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자동차와 반도체의 생산량이 늘어 2월 광공업 생산이 전달에 비해 1.1% 증가했으며 3월 전체 고용도 지난해 3월에 비해 11만2000명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통상 현안과 미국발(發) 금리 인상 등의 위험 요인은 있지만 한국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통계를 들여다보면 기재부의 분석에 동의하기 어렵다. 2월 광공업 생산량은 지난해 2월과 비교하면 오히려 6.4% 줄었다. 취업자 수도 지난해 3월은 2016년 3월에 비해 46만3000명이 늘어났는데 올해는 지난해 대비 11만2000명 증가에 그친 것이다. 기재부가 “실업률 상승 등 고용 상황이 미흡한 가운데 통상 현황과 미국 금리 인상 등 대내외 위험 요인이 상존한다”고 총평을 붙였으나 국민의 삶에 가장 와 닿는 고용 악화 현황과 분석은 빼고 장밋빛 수치를 골라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한국은행도 12일 ‘2018년 경제전망’에서 올해 취업자 수가 3개월 전 전망치보다 4만 명이 줄어든 26만 명에 그칠 것으로 봤다. 작년 7월엔 올 취업자 수를 35만 명으로 전망했던 한국은행이 세 차례 연속 하향 조정하면서 9만 명이나 줄어든 전망치를 내놓은 것이다. 구조조정이 추진되는 데다 중국인 관광객의 회복세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기업 현장에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까지 겹치면서 올해 채용 계획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가급적이면 사람을 안 뽑고 버티거나 생산시설을 아예 해외로 이전하고 싶다는 게 경영자들의 솔직한 심정이라고 한다. 정부는 지난해 25조 원에 육박하는 세금을 일자리 정책에 쏟아부었지만 지난달 실업률은 17년 만에 최고인 4.5%까지 치솟았다. 기재부는 재정 퍼붓기와 초유의 ‘소득주도 성장정책’만으로는 민간 일자리를 만들 수 없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주체인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근본대책을 점검할 때다.
#기획재정부#경제동향#정규직화#최저임금 인상#근로시간 단축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