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영란법 주도한 김기식 금감원장의 두 얼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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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국회의원 시절 외유성 출장 논란에 대해 해명했지만 이마저도 거짓이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김 원장은 2015년 5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지원한 미국·유럽 출장에 동행한 여성 인턴을 ‘국책연구기관 총괄 담당 정책비서’라고 거짓말했다. 로비성 출장이라는 의혹을 촉발시킨 KIEP의 유럽사무소 예산도 처음에는 전액 삭감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다가 국회 심사 당시 “내년에는 반영하자”고 한 사실이 알려지자 “찬성 의견을 감안해 절충안을 낸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또 같은 달 우리은행이 비용을 댄 중국 출장에서는 은행의 편의를 제공 받아 홀로 시내 관광을 했다고 한다.

국민들이 김 원장에 대해 실망하는 지점은 시민운동가 출신으로서 그의 이중성이다. 김 원장은 19대 국회에서 공직자들의 부정부패를 막기 위한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제정에 앞장섰다. 당시 본회의에선 “제가 참여연대 시절부터 20년 동안 반부패 입법에 관여해 왔다”며 동료 의원들에게 법안 통과를 호소했다.

그런 김 원장이 김영란법 통과 두 달 뒤 피감기관 돈으로 출장을 다녀왔으니 ‘제 눈의 들보’를 보지 못한 꼴이다. 특히 김영란법의 제정 취지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접대 문화를 바꿔 로비 시비 자체를 없애자는 것이었다.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는 그가 “특혜 준 게 없으므로 문제 될 게 없다”는 식으로 해명하는 것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넘어 오만의 극치다. 김 원장의 출장 시점이 김영란법 시행일 이전인 2014, 2015년이라 법 적용이 어렵다고 해서 본질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김 원장은 이틀 연속 해명자료를 내 직(職) 고수 의지를 밝혔다. 청와대도 “의혹 내용을 확인했고 민정수석실에서 적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임명 철회 요구를 일축했다. 또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진 않지만 당시 관행에 비춰볼 때 심각한 결함은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피감기관 예산으로 인턴까지 동반한 ‘나 홀로 의원’ 출장 사례는 드물기에 청와대의 판단은 안일하다. 김 원장의 금융개혁 동력으로 여겨졌던 도덕성은 이미 힘을 잃었다. 청와대는 야권의 정략적인 공격으로 폄훼할 게 아니라 김 원장의 거취를 재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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