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상섭]기능올림픽 최강 한국, 기술 최강국 되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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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섭 (사)한국마이스터정책연구원 이사장
한상섭 (사)한국마이스터정책연구원 이사장
국제기능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장인들이 카퍼레이드를 벌인 때가 있었다. 한국은 1977년부터 지금까지 19번이나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아랍에미리트 대회에서는 아쉽게 종합 2위에 머물렀지만 여전히 최강국으로 꼽힌다. 한국과 함께 역대 국제기능올림픽 ‘톱5’로 꼽히는 스위스, 일본, 독일, 대만은 각 산업부문에서 세계적 기술력을 인정받는 나라들이다. 그런데 한국은 세계 산업 무대에서 과연 최고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을까? 답은 “글쎄요”다. 왜 그럴까?

기술 강국 독일과 스위스는 대학진학률이 30%대에 불과하다. 한국은 70%대다. 심지어 기술을 배우겠다고 특성화고를 선택한 학생들의 절반 이상이 대학에 간다. 대학 진학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 문제는 지나치게 높은 고학력자 비중이 사회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청년실업의 상당수는 구직자와 구인기업의 눈높이가 다른 이른바 미스매치에 의해 발생한다. 대졸자들이 해마다 수십만 명씩 쏟아져 나오지만 고학력자들에게 제공할 일자리는 한정돼 있다. 중소기업은 인력이 부족해도 조기 이직을 우려해 대졸자들을 외면한다.

최근 정부가 청년실업을 해소하기 위해 4조 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하겠다고 했다. 청년실업이 사회에 위협이 될 정도로 심각한 만큼 정책수단을 과감하고 신속하게 펴야 한다는 게 정부의 논리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청년일자리 대책이 미봉책이나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고 반발한다. 하지만 여야 가릴 것 없이 공감하는 지점은 있다. 지속 가능하고 보다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다행스럽게도 경북 지역에서 국민의식개혁 운동인 ‘마이스터 운동’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2009년 경북 구미에서 순수 민간 운동으로 시작된 마이스터 운동은 대구, 포항 등에 지회가 생기면서 확산하는 중이다. 대학 진학 일변도의 진로 교육에서 탈피해 개인의 소질과 적성에 따라 진로를 결정하도록 함으로써 개인의 특성이 매몰되는 현상을 막자는 취지다. 기능인들의 사회적 대우를 향상시키고자 하는 목적도 있다. 실업고와 전문대를 활성화해 젊은 기능 인력을 대거 양성하고, 청년 실업자들을 현장으로 유도해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자는 의미도 담고 있다.

‘마이스터’는 독일어로 ‘장인’을 뜻한다. 굴뚝 청소부 출신으로 독일 한 지방의 수공업협회장이 된 인사가 대구경북의 지역방송에 출연해 “대한민국에서 나타나는 미스매치에 의한 실업문제는 마이스터 운동과 같은 적극적인 국민 캠페인과 다양한 지원책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지금의 청년실업 문제가 해결되려면 결국은 교육정책의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할 것이다. 마이스터 운동 또한 정책적 뒷받침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인 게 있다. 무조건 대학만 바라보지 않고 자녀들의 진짜 적성과 소질을 살펴봐주는 부모들의 진심 어린 관심이다.

한상섭 (사)한국마이스터정책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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