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양대 ‘경제 검찰’ 장악한 참여연대 출신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3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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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금융감독원장에 진보성향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에서 오래 활동해 온 김기식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어제 내정됐다. 채용 비리 의혹으로 물러난 최흥식 전임 금감원장이 첫 민간인 출신이라면 김 내정자는 첫 시민단체·정치인 출신 금감원장이 된다. 금감원장은 금융위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청와대는 “금융 분야 전문가로 금융개혁을 늦추지 않겠다는 결단력을 보여온 김 전 의원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인사”라고 평가했다.

이런 정부의 생각과는 달리 금융계 나아가 경제계 전반에서는 이번 인사에 대한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김 내정자는 19대 국회에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2금융권까지 확대하는 법률을 통과시켰다. 또 산업자본이 인터넷은행 지분을 확대하는 은산분리 완화 내용의 은행법 개정을 앞장서 저지했다. 일관되게 대기업과 산업자본에 통제를 강화하는 정책을 지지해 왔다. 금감원장은 금융회사의 감독 검사권과 일반 기업의 회계 감리권은 물론 올 7월 금융그룹 통합감독이 시행되면 삼성 현대차 등 금융회사를 거느린 7개 대기업집단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기업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번 인사로 양대 경제검찰 기구의 수장을 모두 참여연대 출신이 맡게 됐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참여연대에서 재벌개혁감시단 단장, 김기식 내정자는 사무처장 등 주축 멤버로 활동해 왔다. 더구나 현 정부 경제정책의 큰 방향은 역시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 위원장 출신인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이 주도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이나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은 모두 장 실장이 기업들에 밀어붙이는 정책 방향이다.

참여연대 출신 인사들은 경제와 시장 논리, 산업 발전보다는 소득 재분배와 친(親)노동, 대기업 규제 등 사회 민주주의적 시각에서 경제 이슈에 접근하는 성향이 강했다. 이제 김 내정자도 책임 있는 자리에 앉는 만큼 ‘저격수’ ‘저승사자’ 같은 별명을 떼낼 수 있도록 국가 경제 전반을 조망하는 균형 있는 자세로 접근해 시장의 신뢰를 얻어야 할 것이다.
#금융감독원장#김기식 전 더불어민주당의원#대주주 적격성 심사#경제검찰#재벌개혁감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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