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초강경 매파’ 기용한 트럼프, 北-美대화 파국도 대비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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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제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경질하고 존 볼턴 전 주유엔 대사를 후임으로 지명했다. 볼턴 내정자는 대북 선제타격을 주장해온 미국의 강경파 중에서도 초강경 매파(super-hawk)로 꼽히는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새 국무장관에 북한 정권교체를 주장한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기용한 데 이어 외교안보 라인을 대북 강경론자로 물갈이하고 있다. 미국 내에선 “전시(戰時) 내각을 꾸리는 것이냐”는 얘기도 나온다.

볼턴 내정자는 지명된 직후 방송 인터뷰에서 “내가 그동안 개인적으로 이야기한 것들은 이제 다 지나간 일”이라고 말했다. “정직한 중개인으로서 대통령에게 폭넓은 옵션을 제시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에겐 미국의 적극적 군사력 사용을 옹호하는 네오콘(신보수주의)의 피가 흐른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국무부 차관과 유엔대사를 지내며 딕 체니 부통령,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과 함께 이라크전쟁을 정당화했고 대북 강경노선을 주도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래 수시로 백악관을 드나들며 외교안보 정책을 조언했다고 한다.

볼턴 내정자는 최근에도 “북한이 미국 본토 타격 역량을 갖추기 전에 군사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시간을 벌려 한다’고 판단하면 회담장을 떠날 것”이라고 했다. 진작부터 올해 3월을 북핵 해결의 데드라인으로 설정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후 옵션을 보고했던 폼페이오 국무장관 내정자와도 죽이 척척 맞는 인물이다. 이런 가운데 주한미군은 다음 달 한미 연합 군사훈련 때 미군 가족 등 민간인을 한반도에서 대피시키는 훈련을 대규모로 실시한다. 정례적인 훈련이긴 하지만 이번엔 민간인을 일본이 아닌 미국 본토로 철수시키는 훈련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과의 회담을 앞두고 대북 압박의 고삐를 늦출 생각이 전혀 없다. 초강경 외교안보 진용 구축은 북한의 완전한 핵 포기가 아니라면 회담을 취소할 수도, 회담장에 앉더라도 언제든 자리를 박차고 나올 수 있다는 대북 경고 메시지다. 아울러 우리 정부에 대한 간접적 압박으로도 볼 수있다. 볼턴 내정자는 대북 경제지원이나 평화협정 같은 비핵화 보상에 매우 부정적이어서 우리 정부의 북핵 해법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어느 때보다 긴밀한 정책 조율로 한미 공동의 비핵화 전략을 만드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북미 정상회담#미 국무장관#미 국가안보보좌관 지명#대북 강경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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