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예우 받는 전직 대통령이 하나도 없는 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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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이 어제 새벽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됐다. 법원은 ‘서류심사’로 대체한 영장실질심사에서 이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다스 비자금 350억 원대 횡령 혐의와 삼성의 다스 소송비 68억 원 대납 등 110억 원대 뇌물수수 혐의 등에 대해 범죄가 중대하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 전 대통령은 구속에 앞서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과거 잘못된 관행을 절연하고 깨끗한 정치를 하고자 노력했지만 국민 눈높이에 미흡한 부분이 없지 않았다”고 했다. 무엇이 미흡했는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와 기타 일부 금품수수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의 법적 평가에 대해 다툴 것은 당당하게 다투되, 사실 앞에서는 진솔한 모습을 보여야 전직 대통령답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전두환 노태우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구속된 4번째 대통령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가족의 부패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고 자살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사법 처리가 됐을지 모른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도 가족이 부패 혐의로 처벌됐다. ‘현직은 제왕, 전직은 죄인’이 되고 마는 것이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 대통령들이 빠져나오지 못하는 운명의 수레바퀴같이 느껴진다.

박 전 대통령은 다음 달 6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1심 중 재판을 거부한 박 전 대통령이지만 항소하면 항소심에는 나올 수밖에 없다. 이 전 대통령은 구속 만기인 다음 달 10일 이전에 기소된다. 재판 준비기간을 감안하면 5월에는 두 전직 대통령이 수의를 입고 번갈아 재판에 출석하는 장면을 보게 된다. 부끄럽고 안타까운 일이다.

앞으로 법적 예우를 받는 전직 대통령은 하나도 없을 가능성이 커졌다. 두 전직 대통령에게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그렇다는 말이지만 국민 다수의 마음에서 예우 받는 전직 대통령은 이미 사라졌다. 5년 뒤, 10년 뒤에는 자랑스러운 전직 대통령을 갖게 될 것인가. 그러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이 분산되고 수사기관이 산 권력을 향해 더 엄정해야 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스스로에게 가을서리처럼 엄격하겠다는 다짐을 깊게 새긴다”고 말했다. 그것을 말로만 하지 말고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하는 제도로 하자는 것이 바로 개헌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박근혜 전 대통령#법적 예우#전직 대통령#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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