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트럼프 “남북대화 100% 지지”… 北, 농락하면 대가 치를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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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어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을 수석대표로 한 남북 고위급 회담 대표단 명단을 통보해왔다. 우리 정부가 6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한 대표단 명단을 전달하자 격을 맞춰 답한 것이다. 대표단 구성이 완료됨으로써 내일 판문점에서 열리는 2년여 만의 남북 회담은 일단 순조롭게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때마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대화를 100% 지지한다”며 남북 회담에 힘을 실어줬다.

이번 남북 회담의 목표는 무엇보다 평창 겨울올림픽의 안전을 위해 북한의 도발 충동을 관리하는 데 있다. 일차적으론 북한을 올림픽에 참가시켜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는 데 있지만 이를 계기로 남북 관계 개선과 북-미 대화로 이어지면 그보다 좋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속내는 따로 있다. 대화로 시간을 벌면서 핵무장을 가속화하고 핵보유국 지위를 보장받겠다는 수순일 것이다. 북한이 대화에 나선 것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기술적 보완을 위한 내부 시간표에 따른 전술일 가능성도 다분하다.

이런 속셈을 뻔히 알면서도 미국은 남북 대화에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올 3월까지를 북핵 해결의 데드라인으로 잡고 있는 미국으로선 북한에 시간만 벌어주는 결과를 낳을 남북 회담을 두고 마냥 지지할 수도, 그렇다고 반대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졌던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미국은 일단 남북 회담에 기대를 걸어보기로 한 것이다. 특히 북한이 남북 대화에 나선 만큼 당분간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을 자제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올림픽 기간의 도발 휴지기를 거쳐 북-미 대화로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그러나 회담이 북한의 시간 끌기용 선전장이 되거나 터무니없는 요구로 무산될 위기에 처한다면 미국은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김정은과의 직접 통화 가능성까지 열어두면서도 “거기에는 조건이 따른다”고 덧붙인 것은 우리 정부를 향해서도 북한 비핵화라는 핵심 조건을 잊어선 안 된다고 새삼 상기시킨 대목이다. 정부는 북한의 올림픽 참가만 환영할 것이 아니라 북한으로부터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겠다는 약속도 끌어내길 바란다.

북한은 회담에서 과거처럼 통 큰 협상을 외치면서도 추가 도발을 협박하는 이중전술을 펼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번엔 달라야 한다. 미국은 남북 회담을 북-미 대화를 위한 예비 테스트로 보고 있다. 북한이 회담에 어깃장을 놓거나 대화 자체를 깨버린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 몫이 될 것임을 알아야 한다. 대화론자인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마저 “강력한 군사행동은 여전히 선택할 여지가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김정은은 결코 남북 회담을 한미 간 이간질의 놀이터로 오판해선 안 된다.
#트럼프 남북대화 지지#리선권#남북 회담 목표#김정은#한미 이간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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