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총회장의 우울한 신년사 “일자리 개선 조짐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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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앞둔 재계 단체 대표들이 일제히 경제 현실과 정책을 우려하는 암울한 신년사를 내놓았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어제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인 일자리 창출이 조금도 개선의 조짐이 없다”며 과잉규제로 인해 4차 산업혁명 초기부터 중국에 뒤지면서 104만 명의 청년들이 사실상 실업상태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후발주자였던 중국이 턱밑까지 추격해왔다”며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과제들이 이해관계의 허들에 막혀 있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일자리 정부’를 자임한 정부임에도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기업을 얽어매는 과잉규제 때문이라는 게 재계의 하소연이다. 일자리는 기업이 투자를 해야 생기는 것이므로 적어도 중국에서 가능한 건 무엇이든 한국에서도 가능하게 하겠다는 수준의 규제혁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소득주도의 성장, 혁신성장도 좋지만 투자를 하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혁신적이지 않더라도 투자를 허용하는 ‘무차별 투자성장 전략’이 필요하다는 해법도 나왔다. 이처럼 투자를 원하는 기업이 있는데도 가로막는 정부라면 반(反)기업적이라는 말을 들어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의 정책들이 기업의 눈높이에 못 미치는 것은 개별 정책마다 숨어 있는 각종 규제가 기업의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핀테크를 핵심 선도사업이라면서 핀테크 활성화를 방해하는 은산분리 규제 하나 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신산업에 대해서는 모든 활동을 우선 허용하고 사후 규제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올 5월 김영배 경총 부회장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가 대통령의 질타를 받은 뒤 재계 단체들은 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경총이 올해 공식적으로 내놓은 현안 관련 논평과 코멘트는 14회로 작년보다 10회 정도 줄었다. 규제개혁 등을 요구하는 재계 단체장들의 목소리는 형식만 신년사일 뿐 억눌러온 불만을 터뜨린, 애타는 호소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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