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2년 만의 ‘3만弗 소득’ 자성하고 민간 일자리 창출에 전념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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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을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의 원년으로 선언하고 삶의 질 개선에 중점을 두는 ‘2018년 경제정책방향’을 확정했다.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민경제자문회의 겸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정부는 휴가를 모았다가 쓰는 연가저축제를 도입해 길게 2주일짜리 휴가를 장려하고, 실업급여 지급을 현행 50%에서 60%로 올리는 등 휴식 보장과 소득기반 강화방안을 밝혔다.

1인당 국민소득이 올해 2만9700달러이므로 1년 뒤 3만 달러 달성은 정부의 특별한 노력이 필요한 목표라 할 수 없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은 2만 달러가 된 뒤 평균 8.2년 만에 진입한 3만 달러를 우리가 12년 만에 넘게 된 이유를 오히려 되짚어봐야 할 형편이다. 한국은 2014년부터 “내년이면 국민소득 3만 달러와 인구 5000만 명을 동시에 달성한 ‘30-50 클럽’에 세계 7번째로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수출 부진에 따른 성장 부진, 노동시장 및 생산시장 구조개혁 지체 등 ‘중진국의 덫’에 걸려 번번이 물거품이 된 현실부터 반성할 필요가 있다.

세계경제의 호황에 힘입어 3%대 성장을 한다고 해도 ‘3만 달러 선진국’에 걸맞게 삶의 질을 개선하려면 민간 분야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확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정부의 내년 고용 창출 목표는 올해와 비슷한 32만 명에 그친다. 그나마 1분기(1∼3월)에 사상 최대 규모인 6조 원의 일자리 예산을 투입하고 공무원 신규 채용을 확대하는 등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고서야 이룰 수 있는 목표다.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22위에 그친 고용률을 높이지 않고는 또다시 소득 3만 달러의 수렁에 빠져 오랫동안 허우적댈지 모른다.

정부는 분배에 치우친 소득주도성장을 보완하는 방법으로 혁신성장을 제시했다. 하지만 고통이 따르는 구조조정과 개혁을 외면하고 당근만으로 혁신이 가능한지 의문이다. 지역노사민정협의회에서 노사 상생형 일자리를 만들거나 공정임금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노동시장 혁신방안에는 고용의 유연성을 높이는 과제가 빠져 있다.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제도 신설로 민생영향 업종에 대기업이 참여하는 것을 무리하게 제한하면 통상마찰을 초래할 우려도 있다.

내년 한국 경제는 글로벌 금리 인상과 고유가, 통화가치 상승이라는 ‘3고(高)’ 한파에 휩싸여 몸살을 앓을 우려가 높다. 규제 샌드박스 도입 등 개혁입법을 통해 기업이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도록 유도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대응책은 없다. 규제를 권한으로 오인하는 공직사회의 타성은 웬만한 조치로는 깰 수 없다. 문 대통령이 직접 메스를 들고 과감하게 수술해야 규제 철벽을 무너뜨릴 수 있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일자리 창출#1인당 국민소득#혁신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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