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24개국 중 219위 출산율, 국가적 재앙이 문 앞에 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4일 00시 00분


코멘트
미국 중앙정보국(CIA) ‘월드 팩트북’이 올해 한국 합계출산율을 1.26명으로 추정하면서 분석대상 224개국 가운데 219위라고 밝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에서도 꼴찌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수다.

육아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에서는 저출산 문제가 더 심각하다. 전국 81개 군 중 52개 군이 지난해 신생아가 300명도 되지 않았다. 연간 신생아 300명은 분만 산부인과 1곳을 운영할 수 있는 기준이라고 조선일보가 2일 보도했다. 경남 남해군은 지난해 신생아가 140명인데 사망자는 그 다섯 배가 넘는 722명이다. 저출산이 지방자치단체의 존립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온 것이다.

올해 사상 처음으로 신생아수가 30만 명대가 될 것이 확실하다고 한다. 2002년 신생아수가 50만 명 이하로 떨어진 뒤 15년 만에 40만 명 벽이 무너졌다. 이처럼 출산율이 감소하는 것도 문제지만 올해 처음으로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어든 것이 더 큰 문제다. 출산율이 떨어지는데도 우리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전체 인구에서 생산가능인구 비율이 높은 인구보너스 때문이었다. 하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이 인구보너스가 사라지고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인구절벽 현상이 시작된 것이다.

저출산 경고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은 이미 2001년 합계출산율 1.3명 이하인 초저출산국가로 분류됐다. 정부는 2006년부터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따라 124조 원의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었다. 그런데도 상황은 더 악화됐다. 도대체 지난 11년간 무엇을 한 것인가. 이렇게 된 데는 정부의 진단이 잘못됐거나 시행 과정에서 허투루 새나간 돈이 많다는 뜻이다. 저출산 대책 상당 부분이 출산지원금 등 현금 몇 푼 쥐여주는 1차원적 대책이다. 내년 7월부터 5세 이하 어린이가 있는 집에 지원한다는 아동수당 10만 원으로 아이를 낳겠다고 할 부부가 얼마나 되겠는가.

부부가 출산과 육아를 결심하는 데는 일자리와 주택 사정뿐만 아니라 일 가정 양립 환경, 남녀 육아 분담에 대한 인식 형성, 경쟁적인 교육환경 완화와 안전한 사회에 대한 기대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긴 안목으로 정책을 세우고 일관성 있게 추진해 국민에게 신뢰를 주는 것이 먼저다. 이참에 이 부처, 저 부처와 각 지자체가 백화점식으로 내놓고 있는 저출산 정책을 효율적으로 총괄하는 기구를 설립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일본이 재작년 정부 안에 인구 문제만 전담하는 ‘1억 총활약 담당상’이라는 장관직 기구를 신설한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한국 저출산 경고#저출산 정책#일본 1억 총활약 담당상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