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성범죄 방치하는 기업문화, 더는 안 통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4일 00시 00분


코멘트
한림대 성심병원이 9월 재단의 연례체육대회에서 간호사들에게 야한 옷을 입고 선정적인 댄스를 출 것을 강요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간호사들은 배꼽이 보이는 티셔츠와 짧은 반바지를 입고 걸그룹 댄스를 추고 있다. 이 같은 행위는 간호사에 대한 인권침해이고 여성을 눈요깃거리로 삼은 명백한 직장 내 성희롱이다.

인사 전권을 쥔 병원이 키와 몸무게를 따져 신입 간호사만 골라 댄스 연습을 시킨 것부터가 전형적인 갑질이다. 장기자랑 경쟁이 과열됐을 뿐 강요는 없었다는 병원 측 설명을 납득할 수 없다. 이 병원 수간호사가 간호사들에게 해당 지역구 의원에게 후원금을 보낼 것을 강요한 것만 봐도 이런 일방통행식 조직문화가 뿌리 깊이 배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업에서 성희롱과 성추행이 일어나는 것은 개인의 부적절한 처신 문제도 있지만 조직문화와 관계가 깊다. 앞서 종합가구업체 한샘에서는 신입 여직원이 입사동기와 선배로부터 몰래카메라 촬영을 당하고 성폭행과 성희롱 등 2차 피해를 당해 파문이 일었다. 인간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기업문화 속에서 성평등 의식과 젠더 감수성이 자리 잡기 쉽지 않다. 몰카 피해를 고발한 여직원을 교육담당자가 불러내 성폭행하거나 피해자를 회유하고 비난하는 분위기도 이런 권위적인 기업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샘이 뒤늦게 조직문화 개선에 나선다고 하지만 만시지탄이다.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여배우들이 당한 성폭력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고백하는 ‘미투(Me Too)’ 캠페인이 벌어지며 세계적으로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한샘이나 성심병원의 폭로도 사회적 약자로서 침묵하던 여성들이 남성 중심적 조직문화를 더는 참지 않겠다는 의미로 이해해야 한다. 저성장시대 기업의 여성인력 활용은 필수적이지만 여직원이 성희롱에 노출돼 있는 기업의 미래가 밝을 수가 없다. 연일 쏟아져 나오는 성범죄 폭로를 보며 우리 기업들도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한림대 성심병원#간호사 인권침해#성희롱#미투 캠페인#기업문화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