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돌고 돌아 10개월만에 다시 3당 체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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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 9명이 ‘모든 보수 세력이 하나 되는 대통합을 위하여’라는 명분 아래 탈당선언을 하고 자유한국당으로 복귀키로 했다. 바른정당은 11석 소수정당으로 전락하면서 원내교섭단체 지위마저 잃게 됐다. 13일 전당대회에 출마할 당 대표 후보 3명까지 사퇴했다. 추가 탈당이 이어지면 창당 10개월을 맞는 당의 위상은 바닥으로 곤두박질 칠 것이다.

이 당은 ‘깨끗한 보수, 따뜻한 보수’를 기치로 내걸었지만 한국당과 별 차이가 없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영입을 지상 목표로 탈당의원 33명이 당을 급조한 탓이다. 19대 대선에서 후보로 나선 유승민 의원마저 4위에 그치면서 당은 동력을 잃었다. 정치적 편의에 따른 명분 없는 탈당과 복당으로 갈팡질팡한 이 당의 비극은 보수 세력에 쓰라린 교훈으로 남을 것이다.

이번 사태로 작년 4·13총선 때 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의 참패, 국민의당 약진으로 성립된 3당 체제가 복원될 것이다. 지난해 12월 말 새누리당 집단 탈당으로 성립된 4당 체제가 무너지게 됐다. ‘속(續) 3당 체제’는 여야 모두에게 심기일전할 것을 주문한다. 1년 7개월 전 유권자들은 ‘싸우는 국회’가 아닌 ‘일하는 국회’를 여야에 준엄하게 명령했다. 사생결단식 패권적 양당체제는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박근혜 정부로 공수가 바뀐 뒤에도 충돌과 대립으로 날을 지새웠다. 이번에 출범하는 3당 체제가 궁지에 몰린 보수의 자구책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도 운용의 묘를 살린다면 지난 총선의 민의, 즉 협치의 새로운 공간을 열어줄 수도 있다.

무엇보다 다시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된 국민의당의 역할이 중요하다. 국민의당은 더는 중도를 요구하는 유권자의 목소리와 호남 민심 사이에서 길을 잃고 방황해선 안 된다. 철저하게 국익과 민생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정책 캐스팅 보트를 행사해야 한다. 탈당 의원 복당으로 의석이 116석으로 늘어나는 한국당은 몸집만 믿고 국정의 발목만 잡다간 지금보다 더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이념과 정책을 시대 변화에 맞게 다듬고, 부단한 쇄신과 참신한 인재 충원으로 혁신에 나서야 한다.

권력구조 개편에 가로막힌 개헌 작업은 ‘속 3당 체제’ 국회 운영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정부가 권력구조 개편을 우회해 이견이 덜한 지방분권 등에 한정해 개헌을 감행하려 한다면 국회가 대통령의 제왕적 인사권 등을 제한하는 분권형 개헌을 추진하는 것이 삼권분립 정신에 맞을뿐더러 다시 맞게 된 3당 체제의 소명(召命)이 될 수 있다.
#바른정당#김무성#주호영#바른정당 탈당#자유한국당#유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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