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까도 까도 나오는 ‘강원 비리랜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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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의 청탁 채용 실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2012∼2013년 뽑은 신입사원 518명 가운데 95%인 493명이 청탁을 통해 입사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난 것은 11일이었다. 나흘 뒤인 15일엔 국회의원 7명이 청탁 합격자 8.3%(41명)의 ‘뒷배’였음이 확인됐다. 어제는 32명의 강원랜드 전·현직 임직원이 393명(79.7%)을 어떻게 내리꽂았는지를 보여주는 문건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개됐다. 나머지 59명은 누가 합격시켰는지, 상상을 초월하는 채용 비리가 다른 기간에도 이뤄졌는지 궁금해진다.

공개된 자료들에 따르면 최홍집 전 사장은 재임 중 267명을 청탁했는데 이 가운데 단 한 명을 빼고 모두 합격했다. 부사장(30명), 경영본부장(18명)은 물론이고 채용 비리를 감독하고 막아야 할 감사위원장(21명), 감사실장(8명)도 청탁 대열에 합류했다. 권성동 김기선 김한표 염동열 한선교 의원(이상 자유한국당), 사건 발생 당시에는 현역 의원이었던 이강후 이이재 전 의원(옛 새누리당) 등 7명의 국회의원은 자신의 비서관, 인턴비서가 포함된 41명을 강원랜드에 취업시켰다. 강원랜드는 아예 인사팀 컴퓨터에 직접 접속해 각종 점수를 마음껏 조작했다.

내국인 카지노를 독점 운영하는 강원랜드는 올 상반기에만 3000억 원의 수익을 냈고, 직원 평균 연봉이 7000만 원에 이른다. 밤잠을 설쳐가며 입사시험을 준비하는 취업 준비생들에겐 ‘꿈의 직장’인 이곳의 일자리가 ‘빽’으로 채워지면서 힘없고 부탁할 곳 없는 ‘흙수저’ 취업 준비생들은 영문도 모른 채 낙방의 고배를 마셨다. 이외에도 임직원의 친인척에게 입찰 정보를 몰아주는 등의 입찰 비리가 지난 5년간 18건(165억 원 규모)이나 이뤄진 사실도 확인된 비리의 온상이다.

2014년 취임한 함승희 사장은 이 같은 비리를 자체 감사로 밝혀내고 2016년 2월 춘천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인 올 4월에야 최 전 사장과 전직 인사팀장 등 두 명만 불구속 기소했다. 최 전 사장은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의 강원도지사 후보로 출마한 전력이 있다. 이러니 ‘산 권력’엔 한없이 약하다는 평가를 듣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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