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中 대북제재 꼼수는 北 핵폭탄 심지 꽂아주는 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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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어제 북한 은행 10곳과 이들 은행의 국외 지점장 등 북한인 26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거래하는 기업과 개인, 금융기관 등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제3국 제재)’을 가하는 대북 독자제재 행정명령에 서명한 지 닷새 만에 이뤄졌다.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은행 등 외국 금융기관이 미국의 국제금융망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하기 위한 사전 단계다.

미국의 고강도 대북 제재는 자금줄 원천 봉쇄로 시작되고 있다. 북한과 거래하는 외국 은행들은 앞으로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화 시스템에서 배제되는 강력한 제재를 당하게 된다. 미국은 이미 2010년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에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를 가했고, 결국 2015년 이란이 국제사회와의 핵 협상에 서명하게 만들었다. 미국은 금융 제재에 이어 무역 거래도 막음으로써 북한을 더욱 옥죌 것이다.

관건은 중국이다. 올해 초 북한산 석탄 수입 중단을 선언했던 중국은 지난달 석탄 수입을 재개했다. 지난해 북한산 석탄 수입 상한선을 정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따라 수입을 중단했지만 지난달 수입을 전면 중단하는 제재 결의가 추가로 채택되자 발효에 앞서 미뤄뒀던 석탄 수입을 일거에 재개해 기존 수입 상한선을 채우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국제적 제재를 피해 다양한 방식으로 외화를 획득해 왔다. 물물교환과 밀거래, 인력 송출, 외교행낭 동원 등 대부분 중국을 경유하거나 중국인의 중개, 중국 당국의 묵인이 없으면 불가능한 것들이다. 지난해 북한에 금수(禁輸) 물자를 수출한 것으로 드러난 단둥 훙샹그룹에 대한 중국 당국의 조사가 시작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어떻게 처리됐는지 감감무소식이다. 중국이 ‘제재의 구멍’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미국의 대북 제재는 어디까지나 평화적 압박의 일환이며, 그걸로 안 되면 군사적 대응도 불사할 것임을 트럼프 행정부는 분명히 밝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도 “군사옵션을 선택한다면 대단히 파괴적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북한과 모든 은행거래 관계를 중단한 것에 박수를 보낸다. 시진핑 주석에게 다시 감사한다”고 했다. 중국이 제재에서 발 뺄 것을 경계하면서 이후 책임은 중국에 있다는 트럼프식 ‘못 박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고한 ‘북한 완전 파괴’는 중국도 바라는 바가 아닐 것이다. 중국이 다시 ‘제재의 구멍’이 된다면 그 구멍을 통해 북한 핵폭탄의 심지를 꽂아주는 꼴이 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중국 대북제재#세컨더리 보이콧#시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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