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日 언론, 책임 있는 한국 관련 보도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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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반도 위기와 관련해 일부 일본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 행태가 방치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극우지 산케이신문은 21일 온라인판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겐 ‘힘이 결여돼 있다’는 말로 문 대통령의 대북 유화적 태도를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정보의 출처는 ‘복수의 정부 관계자’로 돼 있으며 쓴 기자의 이름도 없다.

후지TV 뉴스네트워크(FNN)는 지난달 29일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신조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문 대통령의 800만 달러 대북 지원에 대해 ‘(평화를 구걸하는) 거지 같다’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FNN은 자체 취재를 통해 확인했다고 했을 뿐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 청와대는 진위 파악에 나서 일본 정부로부터 ‘사실이 아니다’란 확인을 받았다. 닛폰TV는 22일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일 회담에서 문 대통령에게 화를 냈다”고 전했다. 출처는 한미일 회담장에 있었다는 익명의 소식통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그곳에 있었던 정부 관계자의 말로 문 대통령의 긴 대북 지원 설명에 ‘그럴 수도 있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만 있었다고 반박했다.

일부 언론이 정부 관계자가 비틀어서 흘린 정보를 익명으로 보도하고 정부는 왜곡된 보도조차 묵인하는 방식으로 우파 아베 정부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마저 든다. 불명확한 보도뿐이 아니다. 요미우리신문을 비롯한 일본 우파 신문들은 유난히 ‘한반도 유사시’를 가정한 보도를 많이 한다. 일본인 구출작전이나 한반도 난민 발생 대책 등을 전하며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아베 정권과 코드를 맞춘 듯한 이런 보도는 한일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미증유(未曾有)의 북핵 위기를 헤쳐 나가는 데 긴요한 한미일 공조를 해하는 것이다.

일본은 경제적으로 선진국이지만 언론 보도 관행에선 선진국이라 말하기 어렵다. 올해 ‘국경 없는 기자회’의 ‘언론 자유’ 평가에서 일본의 순위는 72위로 우리나라의 63위보다도 아래였다. 일본의 대다수 언론은 국익과 관련해서는 일본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드물다.

2011년 일본에서 지진해일로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하고 방사능이 누출됐을 때 한국은 곤경에 처한 일본을 도와야 한다는 자세로 임했다. 지금은 한국이 6·25전쟁 이래 가장 큰 위기에 봉착해 있다. 한국이 그 어느 때보다 이웃의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일본 언론이 한미 관계를 이간질하는 보도나 하고, 이를 정권이 이용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선 우방(友邦)이라고 할 수 없다.
#일본 언론#후지tv#트럼프#아베 신조#일본 언론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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