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法檢 갈등, 국민 신뢰 잃으면 둘 다 패배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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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과 검찰의 갈등이 도를 넘고 있다. 국가정보원 ‘댓글 공작’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비리 관련자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잇따라 기각되자 검찰이 비판성명까지 내며 법원과 정면충돌했다. 법원과 검찰이 갈등을 빚은 사례는 2006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론스타 사건 수사 때 영장 4건을 기각한 사례를 비롯해 여러 건 있다. 검찰의 반발은 댓글 공작 민간인 수사 개시 후 첫 영장이 기각됐기 때문만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의욕을 보이는 적폐청산 수사에 제동이 걸리면 검찰 개혁 목소리가 다시 힘을 얻을 것이란 우려도 작용했을 법하다.

법원 결정에 대해 검찰이 ‘법과 원칙 외 또 다른 요소가 작용했다’거나 ‘영장전담 법관이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등의 거친 표현으로 반발한 것은 부적절하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들은 2월 인사에서 전원 교체된 바 있다. 이후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정유라 씨 영장이 각각 두 차례 기각된 바 있다. 불만이 누적됐기로서니 헌법과 법률로 보장된 법원 권한을 무시하면 공감을 얻기 힘들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서울중앙지검 성명을 사전 보고받지 못했다고 한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독단으로 했는지 모르지만 경솔하다. 지금 서초동 법조타운에선 ‘윤석열 검찰’이냐는 말까지 나온다.

법원도 구속영장 발부 기준으로 어떤 때는 ‘엄격한 증거’를 강조하다 어떤 때는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만 보는 식으로 오락가락한다는 비판을 새겨 봐야 한다. 일부 판사는 ‘재판은 정치’라는 망언까지 하며 ‘사법의 정치화’를 부추기고 있다. 검찰이 영장 재청구에 앞서 감정적으로 나온 데는 사법권력 교체기에 내홍을 빚은 사법부 스스로 위상을 실추시킨 탓도 있을 것이다.

법원과 검찰이 특정 사안을 놓고 법리적 견해를 달리할 수도 있다. 그러나 토론과 조정을 통해 이런 갈등이 감정싸움으로 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법원과 검찰이 이런 사안으로 갈등을 일삼으면 국민 신뢰를 잃게 돼 결국 법원 검찰 모두 패자가 된다. 두 기관 갈등의 궁극적 피해자는 주권자인 국민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법원 검찰 갈등#국정원 댓글 공작#kai 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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