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核 모르고 주재국 인맥 없는 美·中·日대사로 위기 넘겠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31일 00시 00분


코멘트
문재인 정부의 첫 주미 대사로 조윤제 KAIST 금융전문대학원 초빙교수, 주중 대사로 노영민 전 민주당 의원, 주일 대사로 이수훈 경남대 국제관계학과 교수가 내정됐다.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은 어제 “주재국 임명 동의 절차인 아그레망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모두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문 대통령과 오랜 관계를 맺어온 인사들로, 지난 대선에서도 싱크탱크나 대선 캠프에 참여했다.

러시아까지 포함한 주변 4강 대사는 통상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인물을 대사로 임명해왔다. 주변 4강은 북핵 문제를 비롯해 한반도 안보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맥과 경험, 능력을 가진 중량급 인사들이 기용돼 왔고, 거기에 대통령과의 각별한 관계를 배경으로 한 신임까지 얹어져 무게를 더했다.

하지만 이번 대사 인사에서는 대통령과의 관계가 최우선적으로 고려됐을 뿐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경험과 능력, 주재국 인맥 같은 요소는 전혀 검토 대상이 아니었던 듯하다. 물론 대사를 꼭 외교관에게 시킬 필요는 없다. 우리 외교부가 외무고시 패스 한 번으로 거의 누구나 대사로 임용되면서 집단이기주의 온상이란 비판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비(非)외시 출신 강경화 장관을 발탁한 것도 기득권에 안주해 외교역량 강화는 소홀히 해 온 외교부를 개혁하라는 취지다.

그렇다고 해도 이번 인사는 지나친 감이 있다. 이번에 기용된 인사들 가운데 외교 경험자는 노무현 정부에서 경제보좌관으로 일한 뒤 주영국 대사로 근무했던 조윤제 교수가 유일하다. 하지만 그는 경제학자 출신으로 당장 한반도 위기의 현안인 북핵·미사일 문제에는 경험이 없다. 우리 안보의 근간인 한미동맹을 지켜나가는 데 도움이 될 미국 인맥도 없다. 노영민 전 의원도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 비서실장을 지낸 최측근 정치 참모다. 중국과는 별 인연이 없다. 이수훈 교수도 학자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에서 동북아시대위원장을 지내며 남북관계를 다뤘지만 일본통은 아니다.

북한 김정은의 잇단 미사일 도발로 또다시 한반도 위기설이 부상하는 시점이다. 새 정부 외교안보 라인의 정점에 있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외교부 장관에 통상과 국제기구통으로 북핵 문제를 다뤄보지 않은 인물들이 포진한 터에 북핵 외교의 현장 사령탑인 미·중·일 대사마저 북핵 비전문가들로 채워야 했는지 아쉽고 답답하다.
#문재인 정부#대사 인사#안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