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혁신 없는 한국당 ‘혁신선언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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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의 쇄신 작업을 주도하는 혁신위원회가 어제 ‘혁신선언문’을 내놨다. 혁신선언문은 “집권여당으로서 계파정치라는 구태(舊態)를 극복하지 못하고 눈앞의 이익만 좇다가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잃었다”고 지적하고 “무사안일주의와 정치적 타락은 자유민주 진영의 분열을 초래하면서 총선 공천 실패, 대통령 탄핵, 대선 패배라는 쓰라린 결과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한국당은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의 정통성 인정, 대의제 민주주의를 통한 국민주권 원리의 실현, 법치주의에 기초한 경제적 자유주의를 표방하는 ‘신(新)보수주의’의 기치를 새로 들었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일부 세력을 겨냥해 한국당이 긍정적 역사관을 지닌 정통 보수임을 강조하면서, 촛불 민심을 받드는 정부여당의 광장민주주의와 차별성을 부각시킨 듯하다. 기득권 옹호 정당이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해 ‘서민경제’를 강조했지만 일부 혁신위원이 사퇴한 것을 보면 중심 가치로 자리 잡지 못했음이 드러난다.

보수를 궤멸로 몰아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친박근혜) 세력의 책임론이 빠진 혁신안은 한국당의 환골탈태를 원하는 국민 눈높이와 차이가 있다. 혁신위는 신보수주의 가치에 상응하는 ‘대대적인 인적혁신과 인재영입’을 당에 주문했으나 인적청산 없는 정당의 무엇을 보고 인재가 오길 기대하는지 의문이다.

이런 결과는 박 전 대통령 탄핵이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하는 인물들로 혁신위를 꾸릴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홍준표 대표는 바른정당을 향해 “첩이 아무리 본처라고 우겨본들 첩은 첩일 뿐”이라는 막말까지 했다. 107석을 가진 한국당이 보수통합의 구심점으로 거듭나려면 이런 안이한 인식과 배타적 태도, 보수다운 품격을 지키지 못하는 자세부터 혁신해야 한다.
#자유한국당#혁신선언문#홍준표#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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