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적폐특위’ 포기한 靑, 反부패협의회는 미래 향한 개혁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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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1호 대선 공약이던 적폐청산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하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노무현 정권에서 운영한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를 복원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어제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대통령 주재 반부패협의회를 복원해 반부패 정책을 추진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참여정부의 반부패협의회는 총리실 법무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부처에다 감사원 검찰 국세청 등 사정기관까지 망라한 협의체였다.

청와대가 적폐청산특위를 설치하지 않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원래 특위가 조사하려던 것은 최순실 국정 농단과 K스포츠·미르재단 정경유착,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위사업 비리 등이다. 이 가운데 국정 농단과 블랙리스트 문제, 방산 비리 등 상당수는 이미 수사 또는 재판이 진전된 만큼 별도 위원회를 통해 중복 조사할 필요가 없었다. 무엇보다 지난 보수정권의 비리 의혹을 여러 차례에 걸쳐 파헤치는 과거지향적인 소모전은 문 대통령이 강조해 온 ‘대통합’의 정신과도 맞지 않다. 1호 공약이라도 필요할 때는 수정하는 것이 집권 세력답다.

청와대가 어제 복원하겠다고 발표한 반부패협의회는 부패 청산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고 실태 조사를 통해 구조적 비리를 걸러내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에서 부패 청산은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 국제투명성기구가 평가한 한국의 부패인식지수는 지난해 52위로 1년 전보다 15계단이나 하락했을 정도다. 문 대통령은 어제 방산 비리 척결을 강조하면서 “필요한 경우엔 그 방안을 반부패협의회 안건으로 올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수리온 헬기 납품 비리 사건 등 방산 비리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가운데 국민 세금을 낭비하는 부패를 근절하는 후속조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반부패협의회가 이미 감사원 감사와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을 다루는 옥상옥(屋上屋)이 돼서는 곤란하다. 노무현 정부의 반부패협의회는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만큼 의제 설정과 추진력이 막강했다. 당시 노 대통령은 이 기구를 통해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설치, 검찰 개혁과 사학 비리, 불법 정치자금 문제와 김대중 정부의 대북 송금 문제까지 논의했었다. 결국 이 협의회는 정치적·법적 논란을 일으켰고, 이명박 정부에서 사실상 무력화됐다. 문재인 정부가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반부패협의회가 과거를 파헤치기보다는 미래의 제도 개선에 집중해 정치 보복 논란을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청와대#문재인 공약#적폐특위 포기#반부패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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