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문 대통령은 누란의 위기 극복할 ‘베를린 선언’ 내놓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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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독일 공식방문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하면서 “누란(累卵)의 위기다. 발걸음이 무겁다”고 토로했다. 4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문 대통령이 한미 연합 미사일 무력시위를 지시한 것도 말 아닌 행동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북한은 어제도 ICBM의 핵심 기술 시험에 성공했다며 결코 핵·미사일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거듭 천명했다.

G20 정상회의는 북한 성토장이 될 것이 분명하다. 문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과 연쇄 정상회담을 통해 대북제재 공조를 이끌어낼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국이 (북한의) 이런 허튼짓을 끝장낼 것”이라고 했듯이 문 대통령은 오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첫 정상회담에서 원유 공급 중단 등의 협력을 받아내야 할 것이다.

독일에 도착한 문 대통령이 동포 간담회에서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강조한 것은 북한 김정은에게 잘못된 메시지로 전달될 우려가 있다. 중국과 러시아도 여전히 대화를 통한 해결을 주장한다. 미국은 북한의 ‘ICBM 발사’를 공식 확인한 뒤 강력한 조치로 북한의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 의회의 들끓는 강경 여론을 감안하면 대북 선제타격론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북-미 교섭이 급진전됐던 전례를 감안하면 미국이 급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이 ‘통미봉남(通美封南)’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상황에서 자칫 ‘코리아 패싱’이 재등장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되는 것은 6일(현지 시간) 문 대통령의 쾨르버 재단 초청 연설이다. 이 연설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2000년 3월 베를린자유대 연설처럼 ‘문재인판 신(新) 베를린 선언’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당국 간 경제협력, 냉전 종식과 평화 정착, 특사 교환을 촉구했던 김 전 대통령의 연설은 제1차 남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문 대통령도 자신의 연설이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을 여는 레드카펫이 되길 기대해온 게 사실이다.

북한의 ICBM 도발은 남북관계 개선을 도모하는 문 대통령의 장밋빛 구상을 무참히 깨뜨렸다. 문 대통령은 연설문을 대폭 수정했다고 한다. 단순히 수정에 그칠 일이 아니다. 우리가 베풀면 북한이 핵·미사일을 포기할 것이라는 전제부터 고쳐야 한다. 북한의 무력도발은 원천 봉쇄하겠다는 단호한 응징의 결기를 연설에 담아야 할 것이다. 대화의 문을 닫아서도 안 되지만 지금은 문 대통령이 주도적 역할을 자부하며 유화책을 꺼낼 때가 아니다. 북한을 기고만장하게 만들고 또 다른 오판을 불러오는 연설이어선 안 된다.
#문재인#g20#베를린 선언#대륙간탄도미사일#ic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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