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상곤 교육, 학생을 ‘촛불혁명’ 대상으로 삼을 참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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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어제 취임사에서 “촛불혁명의 광장과 거리에서 많은 이들이 정치권력의 부당함과 함께 대한민국 교육의 적폐를 비판했다”며 “이제는 우리의 학교와 교육이 답할 때”라고 말했다. 그가 예고한 교육개혁의 핵심은 ‘특권으로 불평등하고, 경쟁 만능으로 서열화되어 있는 불행한 교육체제를 바꾸는 것’이다. 이를 위해 김 부총리는 ‘누구에게나 공평한 학습사회 구현’을 다짐했다.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부모치고 우리나라 학교교육에 불만을 갖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교육 선진국들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해 공교육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문제 해결 능력과 사고력, 협업 능력을 키우는 교육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김 부총리가 밝힌 ‘무한 경쟁교육에서 공존과 협력교육으로 전환’하는 정책 추진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교육개혁의 목표와 방향이 김 부총리 주장대로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의 의미와 가치를 학교와 교실에서 생생하게 구현하는 것’이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현행 교육기본법은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을 교육의 이념으로 명시하고 있다. 교육은 아직 정치적 판단을 할 수 있을 만큼 정신적 신체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민주시민의 자질을 길러주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도 촛불혁명 운운하며 학교와 교실에서 민주주의를 구현하겠다는 교육수장의 다짐은 교육현장을 혁명의 장(場)으로 만들겠다는 것처럼 들린다.

김 부총리는 과거 교수노조위원장 시절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폐기, 국가보안법 완전 철폐 등 좌파 이념을 주장해 인사청문회에서 사회주의자냐는 소리까지 들었다. 취임사 속의 공평한 학습사회 구현이 ‘기회의 평등’을 강조하는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 ‘결과의 평등’을 요구하는 사회주의 세계관에서 나온 것이 아니길 바란다. 교육이 이념에 눌리면 학업성취도가 떨어져 경제성장까지 낮아진다는 남미의 경험을 우리가 따라가선 안 될 일이다.

김 부총리는 경기도교육감 시절 추진한 혁신학교와 학생인권 정책 등을 ‘시대적 정의’로 평가하고 확대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그가 재임했던 2012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결과 경기도 혁신학교의 성적 향상은 다른 학교들의 30% 수준에 불과했다. 교육부 간섭을 줄이고 선진국처럼 학교와 대학의 자율성을 대폭 높여도 부족할 판에 5년 단임제 대통령과 그가 임명한 교육수장의 이념에 따라 ‘거꾸로 개혁’을 할 순 없다.
#김상곤#촛불혁명#교육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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