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권력 아닌 국민에 충성하는 公僕 보여준 전 FBI 국장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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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 시간) 미국 의회 상원 청문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거짓말쟁이’라고 다섯 번이나 지적한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당당한 증언은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트럼프 연루설이 있는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던 그는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사건의 핵심 인물인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수사 중단 압박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사법 방해’가 사실이라면 탄핵에 해당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다.

트럼프 대통령 측에서 “수사 중단 지시나 충성심 요구는 없었다”고 부인함으로써 ‘진실 게임’의 승패는 특검에서 가려질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러나 2시간 45분간의 청문회에서 코미 전 국장은 시종 꼿꼿한 자세로 대통령의 부당한 권력 행사에 맞서는 강직함을 보여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FBI 국장을 더 하고 싶으냐. 나는 충성을 원한다”고 회유했지만 그는 권력의 손을 잡지 않았고 결국 지난달 해임됐다. “이 자리를 빌려 FBI는 강하고 정직하며 언제나 독립적인 수사기관이라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며 직(職)을 걸고 FBI의 독립성을 지킨 코미 전 국장의 자세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 크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 법무부 부장관을 지낸 그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탕평인사 차원에서 2013년 FBI 국장으로 발탁한 공화당원이다. 그러나 정파와 상관없이 러시아가 트럼프 당선을 도울 목적으로 미국 민주당 전국위원회 해킹을 지시하고, 캠프 인사들과 접촉한 사실을 대선 뒤에도 추상같이 수사했다.

미국 국민은 CNN, ABC, CBS 방송 등을 통해 생중계된 코미의 증언에서 서슬 퍼런 권력에 굴복하지 않고 국민에게 충성하는 공복(公僕)의 모습을 지켜봤다. 대통령의 부당한 지시에 대해 ‘정직’을 말할 수 있는 공직자, 설령 대가를 치르더라도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일을 법대로 하는 사정당국에서 미국의 힘이 느껴진다.
#도널드 트럼프#제임스 코미#러시아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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