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특수활동비 불법 사용, ‘돈 봉투 만찬’뿐이겠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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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봉투 만찬사건’을 조사해온 법무부·대검 합동감찰반은 어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팀 간부들과 술자리를 갖고 70만∼100만 원씩의 돈 봉투를 돌린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에 대해 법무부에 면직을 청구했다. 감찰반은 특히 상급 감독기관인 법무부 간부 2명에게 100만 원씩 건넨 이 전 지검장에 대해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수사 의뢰했다.

감찰반은 돈을 받은 8명의 법무부 및 검찰 간부는 서면경고로 마무리했다. 서면경고는 검사징계법상 가장 낮은 견책에도 속하지 않는 가벼운 조치다. 돈을 준 안 전 검찰국장은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비리 조사 기간에 우 전 수석과 160여 차례나 연락한 당사자다. 돈을 받은 사람들은 우 전 수석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 간부다. 그럼에도 이들 사이에 오간 돈의 대가성 여부를 캐지 않았다. ‘셀프 감찰’의 한계다.

지난해 법무부 및 검찰에 지급된 특수활동비는 287억 원이다. 이는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에 쓰도록 돼 있다. 하지만 법무부는 이 중 110억 원가량을 장관 및 검찰국장의 판공비로 썼다. 가장 법을 엄격하게 지켜야 할 법무부와 검찰이 관행적으로 법을 위반했다. 감찰반은 특수활동비가 검찰 간부들의 쌈짓돈처럼 쓰인 사실을 확인하고도 개인 이득이 아니라는 이유로 면죄부를 줬다. 청와대는 “법무부와 검찰의 특수활동비 사용이 원래 용도에 맞게 사용되고 있는지 조사하라”고 지시했지만 감찰반 조사는 이번에 문제가 된 650만 원에 한정됐다. 특수활동비가 이런 방식으로 사용된 것이 이번뿐이겠는가.

수사를 의뢰받은 대검찰청은 감찰 단계에서 적용하지 않은 뇌물, 횡령 혐의도 재검토한다고 한다. 감찰에 이어 수사에서도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한다면 검찰은 외부의 ‘개혁의 칼’을 스스로 불러들이게 될 것이다.
#돈 봉투 만찬사건#이영렬#우병우#특수활동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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