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낙연 후보자, 책임총리 위상·역할 확고히 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5일 00시 00분


코멘트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는 어제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아들의 병역 면제, 부인의 그림 판매와 관련한 의혹들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미술교사였던 부인이 좋은 학교를 배정받기 위해 위장전입을 했던 사실을 시인하고 “몹시 처참하다”며 머리를 숙이기도 했다. 이런 신상검증과 함께 청문위원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책임총리’에 대한 이 후보자의 소신을 묻고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라는 주문을 쏟아냈다.

이 후보자는 국무위원(장관) 임명 제청권과 관련해 “총리가 하라는 대로 (대통령이) 다 하는 것이 제청권이라면 헌법 근거가 무너진다”고 말했다. 다만 “제가 확신을 갖거나 이쪽이 좋겠다 싶은 인물이 있으면 제안하는 일, 마지막에는 제청을 함께하는 정도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언론인과 4선 국회의원, 도지사를 거친 이 후보자로선 현실 정치에서 총리 권한의 한계를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고심 끝에 나온 답변이겠지만 헌법상 권한인 제청권을 너무 축소 해석해 ‘행정총리’에 만족하겠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임명제청권이 인사권은 아니다. 그러나 총리의 제청권을 헌법에 명기한 것은 각료 임명에 총리 의사가 실질적으로 반영돼야 한다는 취지다. 그래야 국무총리가 효율적으로 내각을 통할할 수 있다. 이 후보자는 책임총리의 역할에 대해 “내각에서 할 일은 총리가 최종적 책임자이고 의사결정권자라는 각오로 임하라는 뜻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벌써부터 새 정부의 대통령비서실 기능이 커지면서 내각의 위상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터다. 대통령과 청와대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이 여실히 보여줬다. 그래서 문 대통령도 책임총리제 구현을 공약한 것이다. 이 후보자는 자신이 이끌 내각의 조각(組閣)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제청권을 행사해 명실상부한 책임총리로 가는 발판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낙연#국무총리 후보#국회 인사청문회#책임총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