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미사일 축포’ 받은 새 외교안보 라인의 과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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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어제 오후 4시 59분경 평안남도 북창 일대에서 동해 쪽으로 탄도미사일 한 발을 쐈다.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오전 11시 반 새 외교안보 라인에 대한 인선을 발표한 지 약 5시간 반 만이다. 정의용 신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를 주재하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북이 14일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를 성공적으로 발사한 지 1주일 만에 다시 미사일을 쏜 것은 새 정부의 대응을 떠보려는 의도일 것이다. 문 대통령과 새 외교안보 라인이 시험대에 올랐다.

이번 발사는 미국이 북에 “정권교체도, 침략도 하지 않고 체제를 보장하겠다”며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강력하게 대북 선제타격 압박을 하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태도를 바꿔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지만 북은 ‘마이 웨이’를 분명히 했다. 결국엔 북-미 대화가 열릴 것으로 보고 그 전까지 핵과 미사일 능력을 최대한 고도화시켜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포석일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가 제재 대신 대화를 통한 해법을 모색하는 것도 염두에 뒀을 것이다.

문 대통령이 어제 지명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와 정 실장 등 새 정부의 첫 외교안보 라인은 한반도 주변 정세가 6·25 이후 가장 위태롭게 전개되는 상황에서 국가와 국민을 지켜야 할 막중한 책무를 져야 한다. 정 실장은 어제 “남북 관계야말로 우리가 주도해서 복원해야 한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현실부터 직시해야 한다. 그는 12일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지난 10년 동안의 대북 강경 기조는 더 잦은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만 불러왔다”고 했지만 문 대통령 취임 후 북이 두 번이나 미사일을 쏜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실장이 안보 전문가가 아닌 만큼 문 대통령은 안보실 차장엔 전문가를 발탁해 판단에 균형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강 외교장관 후보자는 비외무고시 출신으로 유엔 등 다자외교 무대에서 전문성과 역량을 인정받았다. 그는 자녀가 위장전입을 해 문 대통령이 과거에 밝힌 고위 공직자 인선 원칙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발탁한 것은 능력을 봤기 때문일 것이다. 강 후보자는 외무고시 출신이 철밥통을 지키는 외교부를 개혁해야 한다. 외교부가 기존 4강 외교의 한계를 넘는 해법으로 북핵 문제 등을 풀 수 있도록 강 후보자가 이끌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어제 “안보와 외교는 동전의 양면이다. 지금의 북핵 위기 상황에서는 안보에서 외교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안보 전문가와 미국 중국 등 양자외교 전문가 대신 다자외교의 경험과 전문성이 높은 인사들을 기용했을 것이다. 종전과 같은 인재풀로는 외교 안보 경제 분야가 맞물린 복합 위기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 국민이 안보를 걱정하지 않도록 문 대통령과 새 외교안보 라인이 새로운 각오와 해법으로 대처하길 바란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북한#정의용 국가안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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