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과 대화조건 낮추려는 美… 이럴 때 ‘노’라고 말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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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를 처음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1주일 만에 국방부와 합참을 찾은 것은 그만큼 우리 안보가 매우 엄중한 상황이기 때문”이라며 “군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핵심 전력을 최우선 확보하고 자주적인 방위 역량을 확보하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이 굳건한 방위태세를 강조하고 북한에 경고 신호를 보낸 것은 취임 나흘 만에 북이 미사일 도발을 한 탓이 크겠지만, 집권 시 안보 불안을 걱정했던 사람들을 안도케 하는 대목이다.

다만 문 대통령 주변에서 끊임없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해 부정적인 소리나 조율되지 않은 말들이 나오는 것은 한미동맹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 정의용 청와대 외교안보 태스크포스(TF) 단장은 방한한 매슈 포틴저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에게 국회 비준동의 절차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도 사드 배치가 국회비준 사항이라고 강조하면서 “(사드를 미국에) 돌려보내는 문제까지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우리도 그렇지만 미국도 한국과 조율되지 않은 대북 발언을 남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일 김정은과 만날 가능성을 언급한 데 이어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16일 “북한이 핵개발과 관련 실험을 전면 중단한다면 미국은 기꺼이 대화에 응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핵 폐기’에서 ‘핵 동결’로 허들을 낮춘 것인가 의구심을 갖게 한다.

물론 긴장이 높아지면 대화의 필요성도 커진다. 하지만 ‘핵 마이웨이’를 고수하는 북한이 핵사찰이 필수적인 핵동결 제안을 현재로선 받아들일 리 없다. 설사 받아들여 대화가 재개된다고 해도 ‘핵동결 후 단계적 비핵화’ 접근법은 20여 년 동안 실패로 판명됐다. 우리는 미국에 대화가 중요한 게 아니라 북의 핵무기와 모든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폐기하는 것을 대화의 조건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미국 제프 데이비스 국방부 대변인은 어제 “한국의 새 정부와 사드 문제를 계속 논의할 것”이라며 사드 재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은 한국의 손님으로 가 있는 것”이란 말까지 했다. 6월 말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에 사드와 방위비 부담을 증액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예측 불허 트럼프의 장삿속에 말리지 않으려면 필요할 때 ‘노’라고 할 수도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한미동맹을 공고히 해 북한에 조율된 메시지를 내도록 하는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다.
#문재인#국방부#안보#사드 배치#트럼프#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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