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소년보다 노인이 많은 첫 어린이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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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말 기준으로 만 0∼14세 인구는 687만3722명, 65세 이상 인구는 710만3678명으로 노인 인구가 23만 명가량 더 많다. 사상 처음 유소년보다 노인이 많은 상태에서 어린이날을 맞게 됐다. 15세 미만과 65세 이상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생산가능인구를 기준으로 연령대를 구분한 것이다. 노인이 유소년보다 많다는 통계가 저출산 고령화의 덫에 갇힌 2017년도 대한민국의 잿빛 현실을 웅변한다.

저출산 고령화의 영향은 점진적이지만 그 결과는 파괴적이다. 지금도 많은 농어촌 학교들이 학생 수 부족으로 폐교되거나 통합되고 있다. 소득수준과 소비여력이 주력소비층(30∼50대)의 절반에 불과한 노인은 의료비를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지출을 줄이는데 소비 위축은 필연적으로 생산 감소를 유발한다. 생산 감소는 고용 감소, 소득 감소로 이어져 성장률을 잠식한다.

생산가능인구가 노인을 먹여 살리는 정도를 의미하는 노인부양비율의 경우 2015년 100명당 17.9명에서 2060년 80.6명으로 늘어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증가 속도다. 일하고 세금 내는 사람은 없는데 부양받는 사람만 늘어나는 상황은 재정 악화를 넘어 국가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 일자리를 누가 차지하나, 복지비용을 누가 댈 것인가를 두고 세대 간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후보들은 양육수당 신설, 기초연금 인상, 부양의무제 폐지 등 엄마와 노인을 위한 복지공약을 경쟁적으로 내걸었으나 정작 재원 확보 방안은 밝히지 않았다. 재원은 세금 아니면 빚인데 열심히 일해서 세금 낼 청장년층이 사라진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없는 듯하다. 현재 합계출산율(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수)이 1.24(2015년 기준)인데 2.0을 유지해야 대한민국이 지속가능한 나라가 된다. 어린이날에 고민해야 할 우리 시대의 과제다.
#어린이날#저출산 고령화#노인부양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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