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전투표 시작… ‘깜깜이 선거’ 눈 밝게 봐야할 것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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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19대 대선 사전투표가 이틀간 실시된다. 대선에서는 처음 실시되는 사전투표다. 사전투표는 부재자투표와 달리 신고 없이 신분증만 가지고 가면 전국 3500여 개 투표소 어디서나 투표가 가능한 제도다. 투표는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인 만큼 9일 본투표에 참여할 수 없는 사정이 있다면 사전투표에라도 참가하는 것이 국민의 도리다. 자신의 한 표가 나라를 살릴 수도 있고 나라를 망칠 수도 있다는 자세로 투표했으면 한다. 어제부터 여론조사를 하더라도 공표할 수 없는 ‘깜깜이 선거’도 시작된 만큼 두 눈 똑바로 뜨고 이 나라의 지도자를 선택해야 한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차기 대통령은 무엇보다 국민을 통합할 수 있는 리더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둘러싸고 국민은 촛불과 태극기로 분열됐다. 국민 다수가 탄핵을 지지했다. 그러나 탄핵에 반대했던 많은 사람들도 애국심으로 그렇게 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등 일부 국정 농단 세력은 단죄해야 하지만 그것을 넘어 탄핵을 정치적 반대 세력을 제압하려는 빌미로 삼는다면 이 나라는 더 큰 분열 속으로 말려들어 갈 수밖에 없다.

필요하다면 세월호 참사를 낳고 정경유착을 낳은 적폐를 찾아 청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청산 대상은 부조리한 제도와 시스템이어야 한다. 사람이 청산 대상이 되면 또 다른 보복의 악순환을 예고할 뿐이다. 국민의 시선을 과거보다는 미래로 돌릴 수 있는 리더가 나타나야 할 때다. 제4차 산업혁명의 파고가 밀려오는데 미래 먹을거리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기는커녕 과거에만 매달려 남 탓을 하는 것은 촛불 정신도 뭐도 아니다. 함께 추구할 미래의 비전이 켜지면 어두운 적폐는 서서히 사라지게 돼 있다.

북한의 핵무기 실전 배치가 눈앞인 지금 외교정책에서는 북핵 제거를 최우선 순위에 둘 리더가 필요하다. 적당히 타협해 평화를 사겠다는 후보는 당장은 안도감을 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안보는 지속 가능하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더 큰 위협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이미 경험했다. 미중(美中)의 각축 속에서 한반도를 전쟁의 포화 속에 몰아넣지 않으면서 북핵을 제거하고 남북의 평화적 통일을 앞당길 예리한 외교 감각이 어느 후보에게 있는지도 봐야 한다.

대통령이든 누구든 사람에 대한 신뢰는 그가 쓰는 말에서 시작한다. 어느 후보의 말에 진실성과 진정성이 있는지, 누가 국민 통합을 이끌 만한 설득력이 있는지, 대한민국의 국격에 걸맞은 언어를 구사하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이번 대선은 지난해 12월 9일 국회의 탄핵안 가결로 박 전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지 꼭 5개월 만에 국가 리더십 공백을 끝내는 선거다. 그 어느 선거보다도 유권자의 책임이 막중하다.
#19대 대선#대선 사전투표#깜깜이 선거#대통령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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