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변방의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이뤄낸 ‘빙판의 기적’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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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이스하키 남자대표팀이 기적의 새 역사를 썼다. 등록선수가 233명에 불과한 ‘변방’의 한국팀이 지난달 29일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1 그룹A(2부 리그)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상위 16개국이 겨루는 ‘1부 리그’ 승격 티켓을 거머쥔 데는 선수들의 열정과 집념, 그리고 이들에게 자신감과 ‘원팀’ 정신을 심어준 백지선 감독의 리더십에 힘입은 바 크다.

백 감독이 2014년 7월 대표팀 사령탑을 맡기 석 달 전, 국가대표팀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5전 전패’를 기록하며 3부 리그로 강등돼 패배의식에 빠져 있었다. 한 살 때 이민 간 캐나다 교포로서 언젠가 꼭 한국 대표팀 감독을 맡겠다고 꿈꿔 온 그는 부임하자마자 라커룸에 태극기를 내걸고 긍지와 단합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국내파와 귀화파가 겉돌지 않고 한 팀으로 녹아들 수 있도록 자신이 만든 훈련노트 첫 줄에 “우리는 가족”이라고 써서 원팀 정신을 잊지 않게 했다.

그래도 맨땅에 정신력만으로 승리를 거둘 순 없다. 백 감독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스타 선수 출신답게 선진적 NHL 방식으로 전문 트레이닝업체와 함께 선수들의 체력훈련을 주도했다. 모두의 열정(Passion)에 연습(Practice)과 인내(Perseverance)를 더한 3P 철학으로 3년 만에 최강의 팀을 만든 것이다.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든 한국팀의 선전은 내우외환 속의 국민에게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다. 신체 조건과 체력의 열세, 열악한 환경 등 온갖 역경을 딛고 기념비적 승리를 일궈낸 선수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이번 대회의 최종전에서 박우상 김원중 선수는 부상이 심해 진통제를 맞으면서도 출전을 고집했다. 감독과 선수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따낸 결실은 단순한 승리를 넘어 우리 사회에 메시지를 던진다. 한국인의 저력을 되살려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말고 다시 한번 일어나라는 희망의 메시지다. 국제 무대에서 ‘동네북’ 신세였던 젊은 선수들의 놀라운 비상(飛上)을 떠올리며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희망을 복원하길 기대한다.
#아이스하키 남자대표팀#한국 아이스하키#세계선수권 디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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