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드 성주 배치… 방어무기를 협상카드로 쓰는 나라는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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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이 어제 새벽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와 레이더 등 주요 장비를 경북 성주기지에 반입했다. 사드 장비가 국내에 들어온 지 51일 만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막기 위한 미국과 중국의 대북 압박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에서 이뤄진 조치다. 군 당국은 5·9대선 이전에 사드 장비의 시험 가동을 마치고 올해 안에 작전운용 능력을 완전히 갖출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예상대로 즉각 반발했다. 사드 배치 취소와 장비 철거를 촉구했다. 앞으로 중국이 사드 보복의 수위를 더욱 끌어올릴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주권적 안보 조치를 물리는 일은 있을 수 없다. 한밤중에 반입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도둑 배치’라는 비난도 있지만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주민·단체와의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불가피한 조치였다. 환경영향평가 등 절차를 무시했다는 지적에도 군 관계자는 “귀중한 장비를 기지 완공 때까지 수개월간 창고에 방치하는 게 적절한 것이냐”고 반문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미국의 군사적 응징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고조됐던 ‘4월 위기설’은 일단 한 고비를 넘긴 듯하다. 북한은 15일 태양절(김일성 생일)과 25일 인민군 창건일에 예상됐던 6차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강행하지 않았다. 미국이 한반도 근해에 항공모함과 구축함, 핵잠수함까지 배치한 데다 중국이 북-중 접경지대에 1급 전투대비 태세를 발령했다는 보도가 나온 상황에서 김정은도 터무니없는 배짱을 부릴 계제가 아니었다. 결국 미국의 강력한 의지와 중국의 실질적 압박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한 것이다.

하지만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북한은 25일 강원 원산 해안에서 미 항모 타격을 가정한 ‘사상 최대 규모의 군종 합동타격시위’를 진행했다. 함경북도 풍계리에선 김정은의 지시만 떨어지면 언제라도 핵실험을 감행할 태세다. 북한은 핵폭탄을 6, 7주에 한 개씩 제작할 수 있는 수준에 달했으며, 핵탄두를 장착한 ICBM도 개발 완료 단계에 들어섰다는 게 미 정보당국의 판단이다.

이런 위기에 국내에선 대공 방어무기 중 하나에 불과한 사드의 배치를 두고 논란이나 벌이고 있다. 대단한 무기도 아닌데, 어느덧 한미동맹의 상징처럼 돼버린 현실이 안타깝다. 지지도 1위를 달리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외교적 카드로 활용하도록 다음 정부로 넘겨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사드 배치를 대중(對中) 협상카드로 쓰겠다는 것이다. 자위용 방어무기 배치를 협상용으로 쓰는 나라가 어디에 있나. 이런 인식이라면 문 후보가 집권할 경우 한미동맹은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시험대에 들 수밖에 없다.
#사드 성주 배치#사드#주한미군#사드 보복#북한 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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