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또 바뀐 ‘송민순 문건’ 해명, 文 대북관보다 진실성 문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4일 00시 00분


코멘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측은 어제 2007년 11월 유엔의 대북인권결의안에 대한 노무현 정부 입장을 북한에 통보했다고 공개했다. 문 후보 측은 대북(對北)통지문에서 ‘인권결의안 내용을 완화시키기 위해 외교부가 노력한 점’ 등을 설명하고, ‘우리가 어떤 입장을 취하든지 10·4 남북정상선언을 비롯한 남북 합의사항을 적극 실천해 나가고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문 후보 측 설명은 들으면 들을수록 의구심이 커진다.

첫째, 문 후보는 19일 열린 2차 TV토론 때 “(북한에 물어봤다는 것은) 정확한 말이 아니고 국정원 정보망을 통해 북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 반응을 파악해 본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어제는 직접 대북통지문을 보냈다고 공개했다. 국정원 정보망을 통해 북의 태도를 알아봤다는 말을 뒤집은 것이다. 정부 입장을 담은 대북통지문을 보낸 것이 북의 의중을 물어본 것과 무엇이 다른지 이해되지 않는다. 어제 열린 선관위 주관 1차 TV토론에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거짓말을 하면서 계속 말 바꾸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자, 문 후보는 구체적인 해명은 하지 않은 채 “구태의연한 색깔론”이라며 오히려 “토론 태도를 바꾸라”고 유 후보를 질책했다.

둘째, 문 후보 측은 어제 2007년 11월 18일 청와대 서별관회의 내용을 담은 박선원 전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의 메모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당시 문 실장은 “연말까지 북에 지원하는 데 (국내에서) 여러 비판이 있을 수 있는데 인권결의안에 찬성하면 그런 비판을 피할 수도 있다”고 했다고 한다. 이번 사안에 대한 문 후보 입장은 처음부터 너무나 바뀌었다. 지난해 10월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이 공개된 이후부터 ‘기억이 나지 않는다→북 반발이 심할 것 같아 기권했다→국정원 정보망을 통해 반응을 파악했다→북에 물어본 것이 아니라 기권 방침을 통보하는 차원’이라고 바뀌었다. 어제는 정작 문 후보는 찬성을 했다는 말인데, 이젠 도대체 무엇이 진실인지 모르겠다.

셋째, 어제 문 후보 측이 공개한 대북통지문은 ‘우리가 어떤 입장을 취하든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인권결의안에 찬성할 뜻을 시사한 것으로 읽힌다. 이에 대한 답변으로 북한이 보내온 답변에는 “북남선언에 대한 공공연한 위반” “위태로운 사태” 등 항의성 표현이 들어 있다. 문 후보 측 주장대로 11월 16일 기권으로 결론을 내렸다면 19일 보낸 대북통지문에 ‘기권 방침’을 통보했어야 마땅하다. 문 후보도 이미 ‘기권 방침을 통보했다’고 밝혔는데 어제는 찬성 취지의 대북통지문을 보냈다고 하니, 앞뒤가 안 맞는 게 당연하다.

기권을 결정하고 북한에 통보했든, 찬성 취지의 대북통지문을 보냈든, 해외 정보망을 통해 북한 반응을 알아봤든 북한 주민의 인권을 유린하는 국제사회의 표결에 앞서 북의 눈치를 본 것은 인권을 존중하는 주권국가로서 잘못한 일이다. 무엇보다 문 후보 측이 몇 차례 말을 바꾸면서 유력 대선 후보로서 정직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문 후보의 대북관 검증 차원을 넘어 진실성에 대한 문제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대북인권결의안#남북한 관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