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문재인 외교안보 공약 발표… ‘햇볕 재탕’으론 북핵 못 풀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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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어제 북한 핵 문제의 해결 방안과 대북정책 공약 등을 담은 ‘담대한 한반도 비핵화 평화구상’을 발표했다. 최근 ‘주적(主敵) 논란’과 ‘송민순 문건’ 파문 등으로 그의 안보관에 대한 국민의 의구심이 증폭되자 북핵 폐기와 한반도 비핵화, 평화협정 체결 등의 포괄적 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이미 실패한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계승하는 것이 골자인 데다 막연히 “자신 있다”고 장담하는 수준이어서 실망스럽다.

문 후보는 북이 핵을 포기하도록 만들 방안으로 “중국을 설득해 6자회담을 재개하고, 미국을 설득해 북-미관계 개선을 유도하며, 북한을 설득해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내겠다”고 밝혔다. 이미 중국이 6자회담 재개를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관계조차 파악하지 못한 주장이다. 그간 외교적 노력이 헛수고가 된 것은 북이 핵과 미사일에 의존해 체제를 지키려고 속임수를 썼기 때문이다. 결코 한국의 설득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런데도 “비핵화와 함께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은 북을 옹호하는 중국은 물론이고 궁극적으로 ‘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통한 주한미군 철수’를 바라는 북한 주장에 동조하겠다는 것은 아닌가.

문 후보는 북핵과 미사일을 억지하기 위해 킬체인,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를 조기에 구축하겠다고 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는 외면한 채 북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에 취약한 것으로 평가되는 대공방어망 대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전시작전통제권을 조기에 되돌려 받겠다는 공약도 결국 한미연합사령부의 해체와 한미의 대북 억지력 약화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

남북이 경제공동체를 이루면 8000만 시장이 형성돼 매년 5만 개가량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다는 장밋빛 전망은 박근혜 정부 ‘통일대박론’의 변주처럼 들린다. 문 후보는 과거 대북 퍼주기가 결국 북의 핵과 미사일로 돌아온 것에 사과하기는커녕 “분단을 악용한 세력들이 지금도 종북몰이로 국민의 눈을 현혹한다”고 주장한다. 북이 우리에게 ‘핵 선제타격’을 위협하는 상황에서도 과거 ‘남북 정상 간 합의의 법제화’를 주장하는 등 햇볕정책의 향수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한 유력 대선 후보를 국민이 우려하는 것이 무리는 아니다.
#문재인 외교안보 공약#담대한 한반도 비핵화 평화구상#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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