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권력은 기업경영 자유 침해 말라’는 헌재 결정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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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1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서 “재단법인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 등을 통해 최순실 씨의 이권 개입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대통령의 행위는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했을 뿐 아니라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대통령이 최 씨의 부탁을 받아 KT에 특정 인사를 취업시킨 것이나 자동차부품회사 KD코퍼레이션이 현대차그룹에 납품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 그리고 최 씨 회사인 ‘더블루케이’가 포스코 스포츠팀 운영을 맡도록 해 준 것이 모두 대통령의 ‘기업경영 자유 침해’라고 헌재는 판단했다.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이 대기업에 출연 요구를 한 것도 ‘기업의 재산권 침해’로 봤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대통령의 재정·경제 분야에 대한 광범위한 권한과 영향력 등을 종합해볼 때 피청구인(박 전 대통령)의 출연 요구를 받은 기업으로서는 수용하지 않을 수 없는 부담과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며 “요구는 단순한 권고가 아니라 사실상 구속력 있는 행위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헌재의 이런 판단은 돈을 낸 대기업을 뇌물 공여자로 볼지, 대통령의 강요에 의한 피해자로 볼 것인지가 핵심 쟁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과 SK CJ 롯데 등 대기업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번 결정을 계기로 정치권과 재계는 새로운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 제왕적 대통령제 아래에선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기업의 명운을 좌우하는 법이나 다름없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는 게 헌재의 결정이다. 앞으로는 대통령이 어떤 국정과제를 추진하든 모두 법적 근거와 절차에 따라야 한다고 헌재는 주문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청와대는 물론이고 정치권도 부당한 요구로 기업을 압박하지 말고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경제 전쟁의 파고를 헤쳐 나갈 수 있도록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재단법인 미르#k스포츠재단#헌법재판소#박근혜#기업의 재산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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