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분노의 광장’에서 일상으로 돌아가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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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헌법재판소 주변에서 격렬히 시위를 벌이는 과정에서 두 명이 숨지고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헌재의 결정으로 탄핵을 둘러싼 사회적 혼란과 갈등을 매듭지어야 하는 마당에 불상사가 발생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고귀한 인명이 더 이상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탄핵에 찬성한 측이나 반대한 측 모두 자제하고, 경찰은 질서 유지에 힘써야 한다. 지난 3개월여 동안 평화적으로 시위가 진행된 아스팔트가 자칫 피로 얼룩진다면 대한민국 법치에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을 것이다.

탄핵에 반대했던 시민들이 헌재의 박 전 대통령 파면 결정에 크게 실망하고 낙담하는 것은 십분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헌재를 박살내자” 등의 과격한 구호를 외치면서 경찰에 각목을 휘두르거나 경찰버스를 파손하는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온당치 않다. 더군다나 국가의 상징인 태극기를 내걸고 폭력적인 방법으로 불만을 표출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국격을 깎아내리는 일이다. 헌재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대통령을 파면하는 것으로 법치를 바로 세운 만큼 누구도 유혈 시위로 목적을 관철하겠다는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헌재 결정이 기대와 다르다고 불복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으로, 허용돼선 안 될 일이다.

박 전 대통령이 직접 나서 흥분한 지지자들에게 자제를 호소했으면 한다. 자신의 거취를 놓고 대한민국이 두 쪽 나고 끝내 사상자까지 발생한 것은 박 전 대통령도 바라지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 변호인단이 “대한민국은 망한다”며 헌재를 비난하는 것도 박 전 대통령은 막아야 한다. 그게 국민에 대한 마지막 예의다.

그동안 탄핵을 요구했던 시민들도 이제 촛불을 내려놓기 바란다. 대한민국의 주권자로서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대통령을 탄핵시킨 것은 헌정사에 남을 일이지만 이에 도취해 탄핵 반대 시민들과 충돌을 초래한다면 촛불의 의미는 퇴색할 것이다. 박 전 대통령과 정치권이 일시적으로 우리 사회를 둘로 쪼갰어도 국민은 다시 손을 잡고 하나 된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 촛불도, 태극기도 모두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은 순수했다. 우리에겐 돌아가야 할 ‘숭고한 일상’이 있다.
#박근혜#대통령 탄핵#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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