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보수 품격 떨어뜨린 홍준표, 제 허물부터 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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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지난달 28일 “지금 민주당 1등 하는 후보는 자기 대장이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이라고 말한 데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홍 지사는 “바로 옆에 있던 비서실장이 그 내용을 몰랐다면 (대통령)감이 안 된다”며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에 대해선 “2등 후보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실형을 살고 나왔다”고 비난했다. 거친 표현도 듣기 거북하지만 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홍 지사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1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홍 지사는 지난달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자마자 대선 출마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1심에선 징역 1년 6개월의 유죄로 나왔고, 검찰이 곧바로 대법원에 상고해 홍 지사는 지금 피고인 신분이다. 홍 지사로선 자신의 출마 자격 시비를 의식해 문 전 대표와 안 지사의 ‘자격’을 거론했을지 몰라도 대법원에서 어떤 판결이 나올지 단언하기 어렵다. 홍 지사가 문 전 대표나 안 지사보다 도덕적, 법률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주장하기 힘든 이유다.

홍 지사가 왜 자유한국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난 직후 ‘막말’을 쏟아냈는지 경위도 궁금하다. 인 위원장이 홍 지사에게 당원권을 회복시켜 대선 출마의 길을 터주기 위해서 만났을 공산이 크다. 그러나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원은 기소와 동시에 당원권이 정지된다’고 당헌에 규정해 놓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당원권이 정지된 홍 지사는 현재 당의 공천을 받아야 하는 대선 후보도 될 수 없다.

홍 지사가 보수 세력의 대안으로 나서려면 먼저 자신의 허물부터 말끔해진 다음이어야 할 것이다. 보수가 중시하는 가치는 예의와 품격, 도덕성이다. 홍 지사가 거친 말로 관심과 인기를 끌 수 있을지는 몰라도 보수의 가치까지 훼손해선 안 될 일이다.
#홍준표#문재인#인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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