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빈곤 심해진 한국, 伊 총리 날린 포퓰리즘 피할 수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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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득 하위 10%에 속하는 저소득 가구의 3분기 월평균 가처분소득이 71만7000원으로 1년 전보다 16% 감소했다고 통계청이 어제 밝혔다. 소득 감소 폭이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후 최대 수준이다. 반면 상위 10%에 속하는 고소득 가구의 월평균 가처분소득은 1년 만에 3.2% 늘어난 811만 원이다. 양극화가 한국 사회의 불안 요인으로 대두한 셈이다.

 4인 가구 최저생계비가 167만 원인 점을 감안하면 저소득가구는 가장 수입만으로는 생활이 힘든 한계상황에 몰렸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빈곤층에 정리해고와 자영업 파산 같은 충격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한국의 상위 10% 계층의 소득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5%로 아시아 22개국 가운데 가장 높다는 국제통화기금(IMF) 분석은 우리의 분배 구조가 얼마나 편중돼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 준다. 보조금 같은 땜질 처방으로는 고질병을 고칠 수 없는데도 정부와 정치권의 해법은 늘 판박이다.

 국민이 당장 먹고사는 문제를 고민하는 상황에서 정권이 어떤 장밋빛 성장 정책을 꺼내 들어도 역풍만 맞을 뿐이다. 4일(현지 시간) 이탈리아에서 중앙정부의 권한을 강화하는 개헌안이 국민투표에서 부결된 것이 좋은 예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저성장 극복과 정치 불안 해소를 명분으로 개헌을 주장했지만 1997년 이래 최고인 13.7%로 치솟은 빈곤율(중위 소득의 50% 미만 가구 비율)에 낙담한 국민은 표로써 정부를 심판했다. 이번 국민투표를 “경제·반부패 개혁에 나서지 않는 렌치 총리의 실정에 대한 심판”으로 몰아 부결로 이끈 야당이 포퓰리즘 정치의 오성운동당이다.

 작년 한국의 빈곤율은 이탈리아와 비슷한 13.8%였다. 기획재정부는 현 정부 들어 빈곤율이 감소하고 있다고 자화자찬하지만 빈곤층의 소득 감소 폭이 큰 상황에서 분배가 개선됐다고 느낄 국민은 드물다. 지금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은 양극화 해소라는 시대적 문제도 동시에 제기하고 있다.
#저소득 가구#가처분소득#포퓰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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