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대총장 사퇴까지 부른 ‘최순실 의혹’ 국정조사로 밝혀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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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 씨가 쥐락펴락했다는 K스포츠재단의 정동구 초대 이사장은 본보 인터뷰에서 “나는 안 나와도 그만인 인물, 즉 꼭두각시 이사장이었다”라고 말했다. 2대 이사장인 정동춘 씨는 최 씨가 단골로 다니던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스포츠마사지센터를 운영했던 사람이다. 한 체육계 인사는 올 초 K스포츠 주요 보직에 응모했지만 청와대 인사 검증을 통과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런 사실만으로도 재단 설립 신청 하루 만에 승인이 나고 대기업이 240억 원 넘게 투자해 만든 K스포츠는 국가권력이 개입해 만든 ‘최순실 재단’이라는 의혹을 풍긴다.

 최 씨는 올 1월 K스포츠가 설립되기 하루 전 스포츠매니지먼트업체 ㈜더블루케이를 세웠다. 이 업체 회장으로 불린 그는 한 달 뒤 독일에 자신이 유일한 주주인 더블루케이(The Blue K)를 차렸다. K스포츠 직원 2명은 ㈜더블루케이를 드나들며 일을 거들었고 최 씨 딸의 독일 현지 승마 훈련 뒷바라지도 했다는 것이 언론 보도다. 최 씨를 중심으로 K스포츠와 두 개의 더블루케이가 한 몸처럼 움직인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올 1월 K스포츠 핵심 관계자가 국내 4대 그룹 중 한 곳을 찾아가 2020년 도쿄 올림픽에 출전할 비인기 종목 유망주를 후원하는 사업에 80억 원을 지원해 달라면서 사업은 비덱스포츠가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비덱은 작년 7월 최 씨와 그의 딸이 함께 독일에 세운 스포츠 마케팅 업체다. 작년 9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장애인 실업팀 창단 요청을 받은 외국인 전용 카지노 운영업체 GKL이 더블루케이를 소개받아 업무를 맡겼다는 국정감사 지적도 있었다. K스포츠와 심지어 정부 부처가 페이퍼 컴퍼니 같은 최 씨의 개인 회사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는 것은 최 씨 뒤에 보이지 않는 권력의 그림자가 어른거렸기 때문일 것이다.

 K스포츠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체육을 통한 국위 선양’ 등을 목적으로 내세워 설립한 것으로 청와대 연루설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재단을 최 씨가 딸의 독일 현지 훈련과 올림픽 금메달 획득을 돕는 후원단체처럼 부렸다면 결국 권력의 사유화(私有化)나 마찬가지다. 투명성, 공정성과는 한참 거리가 먼 K스포츠의 설립과 운영이 어떻게 이뤄질 수 있었는지 국민은 의아하고 허탈하다.

 최 씨 딸의 이화여대 입학과 학사관리 특혜 논란 등으로 퇴진 압박을 받던 최경희 총장이 어제 사임했다. 7월 평생교육단과대 설립 추진으로 불거진 학내 갈등에 최 씨 딸의 특혜 의혹이 더해지면서 사태가 악화되자 결국 물러난 것이다. 최 총장은 사임하면서도 최 씨 딸과 관련해 특혜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최 씨 관련 의혹은 확인되지 않았고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무시하고 있다. 그러나 의혹은 막을수록 점점 커지는 법이다. 서울중앙지검이 맡은 고발 사건과는 별개로 국회가 국정조사로 진실을 가려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최순실#k스포츠 재단#더블루케이#이대총장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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