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실검증 공직윤리위 쇄신 없이 ‘제2 진경준’ 못 막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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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올 4월 진경준 검사장의 주식 대박 의혹을 조사할 당시 친인척 금융거래 내용을 검증하지 않아 진상 조사를 제대로 못한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확인됐다. 진 검사장이 2005년 넥슨 주식을 매입한 자금 4억 원에 대해 윤리위는 그의 계좌에 주식 매입 전 넥슨에서 4억 원을 빌리고 몇 개월 후 갚은 기록이 나와 있어 그대로 인정했다. 그러나 검찰 조사에서 진 검사장이 넥슨에 갚았다는 돈 4억 원이 다시 그의 친모와 장모 계좌로 2억 원씩 입금된 사실이 밝혀졌다. 윤리위의 검증이 부실했던 것이다.

공직자윤리법 제8조는 공직자 재산 검증을 위해 필요할 경우 금융기관에 금융 거래 내용에 관한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법원의 영장 없이도 특정인 계좌를 열어볼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공직자 재산 등록이 본인 외에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까지 하도록 돼 있는 것으로 봐서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의 계좌까지도 조회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윤리위가 진 검사장 친모의 계좌를 들여다봤다면 금방 수상한 돈의 흐름을 발견해 비리 적발의 단초를 포착했을 것이다.

그의 넥슨 주식 대박 의혹은 지난해 진 검사장이 재산 등록 대상에서 재산 공개 대상으로 자격이 바뀌고 그의 재산이 공개되고 난 뒤 여론에 의해 처음 제기됐다. 윤리위는 주식 대박 의혹에 대한 진상 조사에 착수하고 나서도 “진 검사장 친모가 고지(告知) 거부를 해 계좌를 보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직계 존비속이라도 부양받고 있지 않으면 계좌나 부동산 고지를 거부할 수 있지만 윤리위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윤리위 해명은 윤리위가 진상 규명에 소극적이었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재산 등록을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고지 거부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지만 정부와 국회는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하는 데 별 관심이 없다. 비상장 주식을 액면가로 신고하는 비현실적 조항도 그대로 있다.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부인이 소유한 회사 에스디엔제이홀딩스와 정강의 비상장 주식은 액면가(약 3억100만 원)로 돼 있지만 실제 가치는 아무리 낮게 잡아도 수백억 원에 달한다. 윤리위의 체질 개선과 함께 공직자윤리법의 허술한 조항들을 손질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진경준이 언제든지 다시 나올 수 있다.
#진경준 검사장#주식 대박#공직자윤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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