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헌재가 손 뗀 국회선진화법 새누리당이 책임지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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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어제 국회선진화법이 국회의원의 표결·심의권을 침해했다며 새누리당 국회의원 19명이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 심판 청구를 각하했다. 이 결정은 청구가 요건도 갖추지 못해 내용을 검토하기 전 심판을 끝내버리는 것이지만 헌재는 이 법 위헌 여부에 대한 판단도 간접적으로 결정문에 담았다. 헌재는 “5분의 3이라는 특별 의결정족수는 국회 스스로 판단해 법률로 정할 수 있는 사항”이라고 봤다.

새누리당은 헌재의 이번 결정을 내심 반기고 있을지 모른다. 4월 총선 결과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이 되는 바람에 지난해 심판 청구 때와는 상황이 정반대로 변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과반 의석을 놓치고 제1당 지위까지 더불어민주당에 헌납했다.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을 합치면 과반의 거야(巨野)다. 이제 새누리당이 ‘5분의 3’ 특별 정족수를 방패로 야당의 무리한 입법을 저지해야 할 판이다.

그러나 국회선진화법은 여전히 효율적 입법을 저해하고 정당의 책임정치를 무너뜨리는 악법이라는 본질에 변함이 없다. 국회선진화법이 처음 적용된 19대 국회에서 개혁은 번번이 소수당에 발목이 잡혔다. 오죽하면 19대 국회가 ‘역대 최악’ ‘식물국회’라는 오명까지 얻었을까. 정치적 효율성까지 고려해 헌재가 판단할 수는 없었을 테다. 그러니 이제 국회가 책임을 넘겨받아 수술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열쇠는 새누리당이 쥐고 있다. 더민주당은 19대 국회에서 이 법으로 재미를 봤지만 더는 매달릴 이유가 없다. 국민의당은 법이 원상으로 바뀌면 새누리당과 더민주당 사이에서 진정한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다. 새누리당만 결심하면 두 야당은 표정관리를 하면서도 충분히 호응할 만한 상황이다. 새누리당이 결자해지(結者解之)해야 한다. 당장은 정치적 손해를 보더라도 그것이 공당의 책임 있는 자세다.

헌재는 심판이 청구된 지난해 초부터 무려 1년 4개월이 지나 19대 국회 임기 종료를 닷새 남겨 놓고 결정을 내렸다. 국회는 헌재의 결정이 늦어지는 바람에 스스로 이 법을 손볼 수도 있었던 많은 시간을 흘려보냈다. 헌재가 손볼 수 없는 성질의 것이라면 국회에 일찍 바통을 넘겼어야 한다. 늑장 결정한 헌재의 잘못도 결코 가볍지 않다.
#국회선진화법#헌법재판소#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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